"영국 명문대 입학할 차남 3800만원 학비 고민"

[뉴스분석]

  차남 올A+ 수재, 컴퓨터 전공 예정…경제적인 어려움 토로
"방 2개 좁은 아파트, 평양친구들 수영장 저택 사는줄 알아”

 태영호(55)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왜 망명했을까.

 두 아들이 그의 결심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정부 당국자가 18일 밝혔다. 각 26세, 19세인 태 공사의 두 아들은 학업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장남은 해머스미스 병원에서 공중보건 관련 경제학사 학위를 받았다. 영국 언론은 태 공사의 장남이 "평양을 세계적 도시로 만들기 위해 장애인 주차공간을 확충해야 한다"는 요지의 논문을 썼다고 전했다.

 덴마크에서 태어난 차남은 고교 시절 모든 과목에서 A+를 받으며 수재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올가을 영국의 수능인 레벨A 결과가 나오는 대로 영국 최고 명문 중 하나인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에 진학해 수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할 예정이었다.

 영국 현지 언론은 태 공사 차남의 이름을 '금혁(Kum Hyok)'이라고 보도했다. 농구를 좋아하고 페이스북을 즐겨 사용한 차남은 게임 마니아였다. 그의 게임 아이디는 '북한이 최고의 코리아(North Korea is Best Korea)'였다. 

 그가 진학하려던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은 옥스퍼드·케임브리지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문으로 페니실린 발견자인 알렉산더 플레밍 등 노벨상 수상자를 14명이나 배출했다. 하지만 학비가 연 2만6000파운드(약 3766만원)에 달한다. 대북 소식통은 "태 공사가 아들의 뒷바라지를 할 수 없는 현실에 좌절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태 공사는 2013년과 2014년 영국 공산당 주최 강연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우회적으로 토로한 적도 있다. 태 공사는 강연에서 "한 달에 1200파운드(약 175만원)로 침실 2개에 좁은 부엌이 있는 아파트에 사는데 (평양의) 친구들은 수영장과 사우나까지 갖춘 저택에 사는 줄 안다"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은 태 공사가 "창의적인 방식으로 현금을 마련하라는 압박을 받는다"고 말했다며 본국에서 외화 송금 압박을 한다고 토로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외교관의 통상 재임 기간은 3년이다. 하지만 태 공사는 이를 훌쩍 넘겨 10년 이상 영국에서 근무했다. 또 탈북 가능성을 우려해 자녀는 평양에 '볼모'로 남겨 두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두 아들도 함께 영국에서 생활했다.

 대북 소식통은 "자녀를 함께 보내주는 것은 김정일과 김정은의 수표(手票·자필 서명)를 통한 승인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태 공사를 얼마나 신임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다만 태 공사의 2남1녀 중 딸은 북한에 남았을 가능성이 있다. 이 소식통은 "딸은 북한에 남아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