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서 홀대받는 재외국민 가족

[뉴스분석]

 인권위 지급 권고 불구 복지부·교육부 등 거부
"재외국민 차별" vs "무임승차 안돼"찬반 갈려

 
 한국 내 거주하는 재외국민 유아에게 보육비와 학비를 무상지원하라는 한국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차별시정 권고를 정부가 거부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복지 혜택 확대에 따른 재원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정부의 이번 태도를 놓고 재외국민을 홀대한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어 앞으로 이와 관련해 논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오모씨(76)는 자신의 손자가 보육료 지원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냈다. 일본에서 태어난 오씨의 재외국민 손자(당시 5세)는 2012년부터 한국에 거주했고, 한국 국적과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았다. 하지만 재외국민이라는 이유로 한국에서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보육비를 받지 못했다. 인권위는 같은 해 11월 한국에 거주하는 재외국민 유아에게 보육비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며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에 시정을 권고했다. 무상보육·무상교육 원칙이 명시된 영유아보육법과 유아교육법에 재외국민 유아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다는 것이 인권위의 판단 근거였고, 보육비와 유아학비는 소득수준, 재산 등이 아닌 유치원 이용·출석 여부만을 따져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담당 부처인 복지부와 교육부의 입장은 달랐다. 복지부는 "국내 영주 거주(한 곳에 오래 삶) 의사가 불분명한 재외국민에게도 보육비를 지급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재외국민 보육비 지급과 관련해 헌법소원도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 역시 "재외국민에게 유아학비를 지원하면 비슷한 복지서비스 간 지원 대상이 달라져 현장의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즉 한국 내 거주 지속성이 불문명한 재외국민에게 보육비를 지급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인 셈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해외체류 한국 국적 아동 1만6000여 명에게 55억원 상당의 양육수당이 지급된 것은 재정 낭비의 전형이라는 지적을 근거로 내세웠다. 

 재외국민에 대한 혜택 논란은 건강보험에도 있어 왔다. 재외국민이나 외국인은 한국에서 3개월간 보험료를 내면 건강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단기간 동안 보험료를 내고 내국인과 같은 혜택을 받고 출국하는 사례가 많아 먹튀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한국에 입국해 건보진료를 받은 재외국민(외국인 포함)은 2013년 9만4849명으로 2009년 4만2232명에 비해 2배나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