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희 양 "선택 후회 없어…기쁘고 앞으로가 설렌다"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대학입시와 취업, 계속된 경쟁이 싫었어요."

재학 중인 외국어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지난달 제주도청 9급 토목직 공무원 된 김선희(18)양은 4일 자신이 남들보다 일찍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이유에 대해 담담하게 털어놨다.

김 양은 지난 3월 고등학교 3학년이 되자마자 다니던 학교를 그만뒀다.

공무원 시험 준비에 전력을 다하기 위해서였다.

작년 12월부터 공무원 인터넷 강의와 책을 통해 학교 수업을 받으면서 틈틈이 준비했고 겨울방학 기간 공부에 몰입할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4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공무원 필기시험을 학교 공부와 병행하기란 쉽지 않았다.

김 양은 약 6개월간 국어·한국사·영어·응용역학개론·토목설계 등 5개 시험과목 준비 기간을 거쳐 6월 필기시험과 8월 면접을 거쳐 당당히 제주도청 9급 공무원 공채에 합격했다.

그는 "100명의 학생 중 99명이 대학 진학, 취업하기 위해 수년간 또는 10년 넘게 경쟁을 한다. (저는) 그게 너무 싫었다"며 "진로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사람과 계속해서 경쟁해야만 하는 상황에 대해 회의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양은 학원에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와 학원 공부에 더 찌들어 살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다른 학생과 함께 생활하며 자연스럽게 이 같은 경쟁 구도 속에 편입됐다.

그는 대학생활과 취업과정에서 계속 이러한 분위기를 견뎌야 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사회에 나가고 싶었고 결국 공무원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부모님은 김 양의 생각을 존중해줬다.

김 양은 "안일한 생각이라 할 수도 있지만, 부모님의 강요도 없었고,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공무원이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매력도 선택의 이유가 되지는 않았다"며 단지 사회에 먼저 나가 생활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외국어고등학교에서 전교 2등 했던 학생이 9급 공무원이 됐다'는 사실만 보며 많은 분은 안타깝게 생각하기도 했지만 한 번도 제가 인재라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대학에 가지 않은 것을 아깝게 생각해 본 적도 없다"며 "우선 지금 사회에 나가 일을 하게 됐다는 것이 기쁘고 앞으로가 설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입시제도에 대한 아쉬움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김 양은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 친구들은 11월에 있을 수능 공부 때문에 많이 힘들어한다"며 "무작정 모두가 대학입시를 준비하지만, 막상 (자신은) 뚜렷한 목표가 없어 더 힘들다고 하는 친구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서 진로 상담을 잘 해주지만 그런데도 진로와 꿈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아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많다. 해결이 안 되는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지난달 26일부터 제주도청 도시건설과로 출근하고 있는 1주일 된 새내기 공무원인 김 양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합격하기까지 과정에는 가족의 도움과 격려가 매우 컸다며 "앞으로 다른 업무도 두루 잘 섭렵할 수 있는 그런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b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