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뉴·스]

 클린턴·트럼프 2차 TV토론 성추문 설전 진흙탕
'더 나은 미국'주제 사라져…"사상 최악의 토론" 
 희화화된 미국 정치현실에 국민들은 '대선 염증'

 한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이 그야말로 진흙탕이다. 두 후보중 '누가 잘하느냐'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덜 추악한가'를 보는 선거가 된지 오래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황당한 언행과 자질 논란으로 화제의 중심에 있긴 하지만 미국 정치가 이 지경으로 희화화됐는지 대다수 미국 국민들은 안타깝기만하다. 

 지난 9일 열린 2차 TV 토론에서 두 후보는 성추문과 이메일 스캔들, 세금 의혹 등에 얽힌 서로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특히 '음담패설'동영상이 공개돼 궁지에 몰린 트럼프는 "클린턴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행동으로 여성을 욕보였다"며 과거 스캔들을 들춰냈다. 

 트럼프는 빌 클린턴과 성추문으로 엮였던 여성 3명을 토론장에 데리고 나왔으며 딸 첼시와 나란히 앉은 빌 클린턴은 이 여성들과 함께 아내의 대선 토론을 지켜봐야 하는 수치를 감내해야 했다

 서로 악수도 하지 않고 시작한 토론이 분위기가 좋을 리 없었다. 트럼프는 클린턴을 '거짓말쟁이' '악마'라고 불렀고, 클린턴은 트럼프를 '대통령직에 부적합한 인물'이라고 했다. 토론 형식은 유권자 질문을 직접 듣는다는 '타운홀 미팅'인데, 두 후보는 서로 싸우느라 '더 나은 미국'에 대해 고민할 겨를이 없었다.

 CNN은 "미국 정치가 일요일 밤을 기해 바뀌었다"고 했고, 뉴욕타임스는 "가장 지저분한 대결"이라고 전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미 대선 역사상 가장 추잡한 싸움"이라고 했다. 토론 직후 CNN의 여론조사 결과는 57% 대 34%로 클린턴이 트럼프를 앞선 것으로 나왔다. 반면에 트럼프는 빌 클린턴의 성추문을 집중 공격하면서 음담패설 파문을 어느 정도 희석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누가 대통령이 된들 무엇하랴. 미국 국민들은 지금 벌거벗은 미국의 정치를 목도하며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