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입장 준비해 대응…김대중·노무현 대북정책 지지는 재확인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참여정부의 2007년 유엔 북한인권 결의안 기권 경위를 둘러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측과의 논쟁에서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송 전 장관은 총장으로 재직 중인 북한대학원대를 통해 24일 배포한 '저자의 입장' 문서에서 자신의 회고록 내용과 엇갈리는 문 전 대표 측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입장을 밝혔다.

문 전 대표가 전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중대한 기억의 착오'가 있다며 회고록 내용을 반박한 것이 재반박의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가 북한인권 결의 기권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의견을 사전에 확인했다는 자신의 회고록 내용으로 파장이 커지고, 문 전 대표 측과의 '진실게임' 양상으로까지 번지자 적극적으로 '상황 정리'를 시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 "文, 2007년 남북정상회담 후속 안보조치 회의 관장"

송 전 장관이 배포한 '저자의 입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문 전 대표가 2007년 10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안보 관련 일련의 주요 후속 조치에 대한 회의를 실질적으로 관장했다"고 기술한 대목이다.

남북 정상회담 40여 일 후 이뤄진 북한인권 결의안 논의 과정에서 문 전 대표가 분명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당시 북한인권 결의안 관련 회의의 주재자가 누구였는지, 누가 논의를 주도했는지 등에 대한 사실관계는 북한의 입장을 '사전 확인'하는 과정에서 문 전 대표가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를 나타낸다는 점에서 중요한 쟁점이다.

송 전 장관의 회고록에 따르면 2007년 11월 18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지시로 문 전 대표가 연 회의에서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이 북한 의견을 직접 확인해보자고 제안했고,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은 김 원장의 견해를 수용해 남북 경로를 통해 북한 입장을 확인해 보기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이에 대해 "(백종천 당시) 안보실장이 주재한 회의를 마치 제가 주재하여 결론을 내린 것처럼 기술하는 중대한 기억의 착오를 범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송 전 장관은 "당시 회의에서 백종천 안보실장은 회의 진행을 맡았고 의견조정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문재인 비서실장이 주요 발언권을 행사했다"고 재반박했다.

◇ 기권 결정시점도 재반박…"文, 기억·기록 확인해봐야"

송 전 장관은 또 다른 주요 쟁점인 '기권 결정 시점'에 대해서도 회고록에 서술한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송 전 장관은 노 대통령의 기권 결정은 11월 20일에 있었으며 이에 앞서 대북 '사전 확인'이 이뤄졌다고 밝혔고, 문 전 대표 측은 16일에 이미 노 대통령이 기권을 결정한 상태에서 이런 방침을 북한에 '사후 통보'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전날 SNS 글에서 "그(송 전 장관)가 주장하는 시기 전에 이미 기권방침이 결정됐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송 전 장관은 "대통령이 저자의 11월 16일 자 호소 서한을 읽고 다시 논의해 보라고 지시한 것은, 최종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18일 회의에서도 자신이 '기권 불가'를 고수한 상황에서 기권을 결정하려면 "주무장관을 경질 후 내려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전 장관은 아울러 문 전 대표가 당초 결의안에 대해 찬성했는지에 대해서도 스스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밝힌 것에 대해 기록과 기억을 재차 확인해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간 기자들의 회고록 관련 질문에 그때그때 답하는 방식으로 입장을 밝혀 온 송 전 장관이 문서 형태로 정리된 입장을 내놓은 것은 자신에 대한 문 전 대표 측의 공세를 적극 방어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그는 입장 배포에 앞서 연합뉴스 기자 등과 만나 "이것(논란)이 오래 갈 수도 없는 것"이라고도 했다. 회고록 논란의 장기화를 우려한 것으로 보이나, 문 전 대표 측에 다시 반박의 '공'을 넘기는 결과가 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송 전 장관은 글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원칙적 지지 입장과 이명박·박근혜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 견해도 분명히 했다.

그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의 대북정책이 "집행 과정에서 정권의 시한에 쫓겨 서두른 점이 있었고, 그에 따른 부작용이 정책의 지속성을 손상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면서도 "그 방향과 정책구도에서 맞았다"고 강조했다.

kimhyo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