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앞 美대선에 '이메일 폭탄'힐러리 휘청…트럼프 "워터게이트보다 큰 뉴스" 호들갑

[이슈진단]

FBI 국장 법무부 반대 불구 재조사 착수,  대선 요동
판세역전 미지수…"힐러리 지지자들 되레 집결 효과"

 미 연방수사국(FBI)이 대선을 11일 앞둔 시점에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최고 약점으로 꼽히는 이메일 스캔들을 재수사하겠다고 나서면서 미 대선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잇따른 막말 발언과 TV 토론 부진으로 지지율에서 클린턴에게 크게 뒤지고 있는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는 반색을 한 반면, 클린턴 진영은 미 역사상 전례가 없는 선거 개입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980년 이란 억류 미국인 인질 52명 석방 사건, 2004년 오사마 빈라덴 동영상 공개처럼 대선 직전 어김없이 등장하는 '옥토버 서프라이즈(10월의 이변)'가 다시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위너의'섹스팅'이 발목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지난 28일 미 의회 감독위원회에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에 착수했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세 단락에 불과한 짤막한 이메일에는 "FBI가 이메일 스캔들과 관련한 새로운 이메일을 발견했다. 재수사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 7월 FBI가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종결됐던 이메일 스캔들이 다시 불거진 것은 클린턴의 최측근 수행비서 후마 애버딘의 이혼과 관련이 있다. 애버딘은 남편인 앤서니 위너 전 하원 의원이 온라인에서 교복을 입은 15세 소녀와 섹스팅(음란한 내용의 문자메시지 주고받기)을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지난 8월 그와 이혼했다. FBI는 이 사건 수사를 위해 위너 전 의원의 노트북 컴퓨터를 압수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뜻밖에도 애버딘이 클린턴과 주고받은 업무용 이메일 1000여 건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는 "워터게이트 사건보다 더 큰 뉴스"라며 "이렇게 부패한 클린턴이 백악관에 들가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반면 클린턴은 "대선 직전에 이런 발표를 하는 것은 매우 이상할 뿐 아니라, 전례도 없고 큰 문제를 일으켰다"고 했다. 

 이번 이메일 파문이 클린턴 대세론에 악영향이 될 것이란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판세를 뒤집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우선 대선 과정 내내 클린턴의 발목을 잡은 개인 이메일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클린턴은 "믿을 수 없는 후보"라는 이미지가 확산되고 있다. 

 ▶'10월의 이변' 시선집중

 보수 성향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 공화당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번 결정이 아예 투표를 포기하거나 제3후보에게 표를 던질 맘이 있는 느슨한 클린턴 지지자 사이에선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피터킹 하원의원(공화당)은 "선거 판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클린턴을 공식 지지한 뉴욕타임스(NYT)는 "진보·보수 성향 유권자 모두 (기존 지지 후보에게 표를 던질) 새 확신을 얻었다"며 이메일 추가 수사의 여파가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 확신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새 공격거리를 찾은 트럼프 지지층뿐 아니라 클린턴 지지층도 "투표를 해야 한다"는 급박함을 느끼게 됐다는 설명이다. 신문은 "FBI가 대선 전에 클린턴을 기소하지 않는 한 승부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메일 스캔들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 재임 시절 정부 공식 계정(@state.gov) 대신 개인 이메일을 사용해 3만여 건의 문서를 주고받아 논란이 된 사건. 클린턴은 보안이 안 되는 휴대전화와 개인 이메일을 사용해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힐러리   트럼프 
 '46%'vs'45%'

클린턴과 트럼프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면서 클린턴 우위 구도의 현 판세가 초접전 양상으로 바뀌는 형국이다.
30일 공개된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의 추적 여론조사(10월 25∼28일·1천160명) 결과에 따르면 클린턴과 트럼프의 지지율은 46%대 45%로 격차가 1%포인트에 불과했다. 양자대결에서는 49%대 46%로 클린턴이 트럼프에 3%포인트 앞섰다.
응답자의 34%는 FBI 재수사 때문에 클린턴을 지지하고 싶은 마음이 약해졌다고 답변했다. 다만 당선 가능성은 클린턴이 60%로 29%에 그친 트럼프에 여전히 월등하게 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