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그림자 수행 '문고리 권력' 후바 애버딘,  FBI e메일 스캔들 재수사로 최대 위기

[뉴스진단]
서열 3위 실세, 수양딸 대접…빌 클린턴 보다 가까워
전 남편 섹스팅 수사중 덜컥, 힐러리 대선 승리 발목
트럼프 "위험한 무슬림"…민주당내서도 "내쫓아라"

 1996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시절 백악관은 두 명의 여성 인턴을 채용했다. 한 명은 대통령 집무실(웨스트윙)에 배치된 모니카 르윈스키였고, 다른 한 명은 퍼스트레이디 사무실(이스트윙)로 배정된 후마 애버딘(40)이었다. 르윈스키는 빌 클린턴과의 '부적절한 관계'로 세상을 시끄럽게 했고, 애버딘은 20년이 지난 후 미국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힘센 여성,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의 최측근이 됐다.

 ▶힐러리의 '보디우먼'

 힐러리의 '문고리 권력'애버딘이 대선 막판 재점화된 e메일 스캔들의 핵으로 부상했다. 연방수사국(FBI)이 애버딘의 전남편 앤서니 위너 전 하원의원의 '섹스팅'을 수사하다 힐러리의 국무장관 시절 e메일들을 찾아냈다며 재수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스무 살 때부터 20년간 한결같이 힐러리의 옆을 지킨 애버딘을 미국 언론은 '보디우먼(body woman)'이라 부른다. 2008년 대선후보 경선, 국무장관 해외 순방, 올해 대선까지 힐러리 곁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힐러리의 휴대전화도 애버딘이 든 '이브생로랑'가방에 들어 있다. 

 애버딘은 1976년 인도·파키스탄계 부모에게서 태어난 무슬림이다. 두 살 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교수를 하던 어머니를 따라가 아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대학 입시를 앞두고 미국으로 돌아왔다. 중동 문제에 해박하지만, 그것이 독이 되기도 한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애버딘은 위험한 인물"이라며 그녀의 무슬림 배경을 문제 삼았다.

 한때 민주당의 떠오르는 스타였던 위너와의 교제를 권유한 것도 힐러리였다. 2010년 애버딘의 결혼식에서 힐러리는 "내겐 외동딸이 있는데, 둘째가 있다면 바로 후마"라고 말했다. 힐러리의 수양딸이라고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혼식 주례는 빌 클린턴이었다.

 ▶'남편 성추문'도 닮은 꼴

 하지만 애버딘은 이제 단순히 총명하고 충실한 비서가 아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선거본부 의장인 존 포데스타와 로비 무크 선거본부장에 이어 부본부장인 애버딘이 서열 3위라고 평가했다. 힐러리가 없을 때는 2인자 무크도 애버딘에게 1차 보고를 한다는 전언이다. 

 앞서 공개된 e메일을 보면 리처드 홀브룩 전 유엔대사, 앨 고어 전 부통령, 심지어 남편인 빌까지 힐러리와 연락하려고 애버딘에게 전화를 했다. 힐러리가 미용실이나 병원에 가는 일정도 애버딘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남편의 성추문이 인생의 걸림돌이라는 점까지 닮았다. 애버딘은 2011년 위너가 트위터로 여성들에게 외설 사진을 보내 하원의원직을 사퇴할 때 그의 곁을 지켰지만 지난 7월 섹스팅 문제가 다시 보도되자 이혼했다. 이젠 남편의 성추문 때문에 불거진 FBI 수사가 클린턴의 대권 가도에 최대 장애물이 될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이제 애버딘을 자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애버딘이 장관 이메일을 개인 노트북에 보관하고 폐기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자 비난의 화살이 쏠리고 있다. 힐러리의 비서실장으로 백악관에 입성하려던 그녀의 꿈은 일장춘몽이 될지도 모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