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열한 후보'와'거짓말 후보'중 하나 선택하는 미국
 "이게 나라냐"라는 탄식 외에 따로 할 말이 없는 한국 

 미국 대선을 8일 앞두고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압승으로 싱겁게 끝날 것 같던 대선 판국이 FBI의'힐러리 이메일 재수사'발표로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제임스 코미 국장이 지난달 28일 이러한 사실을 하원 정부 개혁·감독위원회에 서한으로 알린 뒤 나온 3곳의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클린턴을 1∼3% 차이로 바짝 추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ABC뉴스/워싱턴포스트(WP)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클린턴의 전국 단위 지지율은 46%를 기록했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45%)는 1%포인트 차이로 바짝 추격했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가 아무리 박빙이면 뭐하나. 유권자들은 별로 신이 나질 않는다. 이번 대선이'둘 중 좋은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둘 중 덜 나쁜 악마(the lesser of two evils)'를 선택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

 NBC방송은 지난 30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혐오스런 음담패설 동영상 파문으로, 클린턴은 지긋지긋한 이메일 스캔들로 국민의 실망감을 더 크게 하고 있다. 결국 대선은 '덜 나쁜 악마'를 뽑는 선거가 돼 버렸다"고 보도했다.

 힐러리와 트럼프 두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60%에 달해 여론조사가 실시된 이래 가장 비호감이며 믿을 수 없는 인물들로 기록될 정도이다. 인종차별적, 성차별적 '막말'로 끊임없이 논란을 빚어온 트럼프의 대통령 자격 시비는 차치하고라도 당선이 예상되는 힐러리에 대해서도 미국 국민의 3분의 2는 '정직하지 않은 후보'로 여기고 있다.

누군가는 뽑아야 하는데 '저열한 후보'와 '거짓말 후보'중 한 명을 택해야 하는 미국 국민들의 처지가 딱하기만 하다.

한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민간인 신분인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북한과 비밀 접촉 내용이 담긴 인수위 자료,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일정을 담은 외교부 문건, 국무회의 자료 등 청와대와 각 부처 문건을 대량으로 받아보고 실제 청와대와 정부 업무에 영향력을 주었다는 사실은 한국민을 참담한 심정으로 몰아 넣었다.

 더욱이 최씨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개인적 인연을 발판 삼아 대기업들에 800억원에 달하는 기금을 미르재단과·K스포츠재단에 출연하게 하고 해당 기금을 사업비로 빼돌려 자신의 딸의 승마 훈련비로 쓰려는 등 사유화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 의혹, 정부와 공공기관 인사 개입, 독일로 자산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외환거래법 위반 및 증여세 탈루 의혹, '광고회사 강탈' 의혹에 이르기까지 적용이 거론되는 범죄 혐의만 횡령·배임 등 10여개에 달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녹화 사과'와 최순실씨의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일부 시인한 것 밖에 없다. 이것 마저도 진정성이 부족하고 서로 입을 맞춘 하나의 시나리오에 움직인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이래저래 한국민들의 감정은 더욱 상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이 모두 경질되고 검찰이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지만 이번 스캔들의 전모가 모두 드러날 것이라고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 모든 국정도 거의 올스톱 상태이며 대통령은 그야말로 아무 것도,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그리고 국민은 "이게 나라냐?"라는 탄식 외에는 따로 할 말이 없다. 한국은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