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뉴·스]

8년만에 전격 사퇴한 뉴질랜드 총리 

"총리직은 가장 소중한 가족의 희생을 요구
 아내는 많은 밤과 주말을 홀로 보내야했다
 자녀들 역시 엄청난 사생활 침해와 압박감
 가장 어려운 인생결정…가정으로 돌아갈터"

 2008년부터 만 8년 동안 재임한 존 키 뉴질랜드 총리가 아내의 사퇴 권유를 받아들여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존 키 총리는 5일 주례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한 결정 중 가장 어려웠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집권당과 나라의 지도자로 일한 것은 엄청난 경험이었다"며 "직업 정치인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으며 당과 자신의 미래를 위해 떠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키 총리는 재선에 도전하지 않는 이유로 '사랑하는 가족'을 꼽았다. 그는 "총리직은 내게 있어 가장 소중한 이들의 희생을 요구한다"며 "아내 브로나는 많은 밤과 주말을 홀로 보내야 했고, 그녀에게 중요한 많은 행사에 나는 참석할 수 없었다"고 했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재학 시절 만나 1984년 결혼했고, 두 자녀를 뒀다. 그는 또 "딸 스테파니와 아들 맥스는 10대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면서 아버지의 직업 때문에 엄청난 사생활 침해와 압박감에 시달려야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의 아내가 "나와 총리직 중 하나를 고르라"는 식의 극단적인 '최후 통첩'을 했다는 일부의 보도에 대해선 부인했다. 그는 가정으로 돌아가야 할 적기였기에 자신이 스스로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4년간 다시 총리 임기를 해내지 못할 것 같다"며 "지금이 떠나기에 좋을 때"라고 했다.

 키 총리는 외환 전문가로 일하다 2002년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중도우파 정치인으로서 2006년 당권을 잡았고 2008년과 2011년, 2014년 총선에서 연이어 승리했다. 2008년 취임 당시 5000만 뉴질랜드달러(한화 약 391억원)의 재산을 보유하며 뉴질랜드 역대 총리 중 가장 부자로 알려지기도 했다.

 키 총리는 보궐선거가 필요 없도록 내년 총선 이전까지 의원직을 유지할 계획이다. 뉴질랜드 집권 국민당은 오는 12일 새로운 당 대표이자 후임 총리를 선임할 예정이다. 부총리 겸 재무장관인 빌 잉글리시가 키 총리의 신임을 받고 있어 총리직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