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만나도 30분~1시간 늦어 자기가 甲인 나라의 정상이거나 불편한 상대면 3~4시간 대기시켜 

[인물탐구]

오바마 대통령, 교황 등도 40~50분간 기다려
기선 제압 의도 추정…큰 개 데리고 나오기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5일 일본을 방문하면서 예정된 시간보다 2시간 이상 늦게 도착했다. 이에 대해 아사히신문과 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언론은 "(의도된) 정치적 승강이" "기선을 제압하는 심리 기술" 등으로 분석했다. 둘 중 누가 갑(甲)인지, 말 대신 행동으로 아베 총리에게 보여줬다는 것이다.

 ▶"정시에 나타나는게 뉴스"

 조선일보에 따르면 푸틴이 외국 원수나 정상을 만나는 자리에 지각한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외국 정상들은 대개 30분~1시간 정도를 기다렸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2003년 14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2012년 40분), 프란치스코 교황(2013년 50분) 등이 이 정도를 기다렸다. 이에 대해 영국 가디언지는 "1시간 늦는 건 존경(respect)의 표현"이라고 했다.

 그가 정시에 나타나면 그 자체가 '뉴스'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지난 2003년 푸틴이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을 제시간에 방문했을 때, 러시아 일간지 이즈베스티야는 '대통령이 늦지 않았다'를 제목으로 뽑았다.

 푸틴이 1시간 이상 기다리게 한 사람 명단이 더 길다. 타르야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이 2시간(2009년), 율리야 티모셴코 우크라이나 총리가 3시간(2009년),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총리가 4시간(2012년)을 기다렸다. 강대국도 예외가 없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3시간(2012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4시간(2014년)을 대기한 적이 있다. 대개 자신이 불편해하거나 갑 처지에 설 수 있는 상대다.

 러시아 정부는 "푸틴 대통령이 같은 자료도 몇 번씩 살피는 성격이라 출발이 늦어졌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2013년 방한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을 때는 무도인들과 나누는 대화가 길어져 30분을 지각했다. 

 ▶개 등장에 기자들 얼음

 이번 방일에서는 아베 총리가 약속보다 일찍 나가 대기 시간이 더 길어졌다. 아베는 푸틴 도착 예정 시각(오후 4시)보다 3시간이 이른 오후 1시에 야마구치현 나가토 온천 료칸에 마련된 회장에 도착했는데, 푸틴이 회담장에 들어선 때는 오후 6시가 넘었다.

 특히 이에앞서 일본 언론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푸틴은 사람 몸집만 한 개를 데리고 나타나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일본 정부로부터 선물받은 아키타견(犬) '유메(꿈)'를 데리고 나온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유메에게 몇 차례 재주를 부리게 했고 이후 인터뷰가 시작됐으나 난폭해 보이는 개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인터뷰에 참여한 일본 기자들은 놀란 표정이었다.

 개를 데리고 인터뷰장에 나타난 것은 일본에 대한 우호의 표시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인터뷰를 앞두고 일본에 대한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는 해석도 많다.

 두 정상은 15~16일 이틀간 진행된 회담에서 "쿠릴열도 네 섬(일본명 북방 영토)에 특별 제도를 만들어 양국이 공동 경제활동을 한다"고 합의했다. 일본은 러시아에 3000억원대 경제 협력도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이 섬들을 반환하는 문제에 대해서 구체적 약속은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