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 성형수술 후기보고 '한국 병원 환불 쉽다' 생각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강남·서초 일대 유명 성형외과에서 받은 시술로 부작용이 생겼다고 트집을 잡으며 1인시위를 해 환불을 받아낸 중국인 관광객이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공갈·공갈미수·업무방해·명예훼손·재물손괴·의료진 폭행 등의 혐의로 L모(30)씨를 구속해 기소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고 2일 밝혔다.

중국 텐진(天津)시에서 인터넷 방송을 한다는 L씨는 3개월짜리 관광비자를 받고 지난해 10월 말 한국에 처음 들어와 12월 말까지 성형외과 3곳과 비뇨기과 1곳을 다니며 범행을 저질렀다.

이렇다 할 부작용이 없는데도 L씨는 병원을 다시 찾아와 시술 부위에 이상이 생겼으니 환불해달라고 떼를 쓰는 식이었다. 병원 측이 환불에 응하지 않으면 신고하겠다고 협박하거나 병원 앞에서 피켓시위를 했다.

L씨는 중국 인터넷 사이트에서 한국 성형수술 후기를 읽다가 통역 없이 수술하거나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한국관광공사에 민원제기 혹은 병원 앞 1인시위를 하는 방식으로 수술비를 환불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L씨는 지난해 12월26일 강남구 A성형외과에서 얼굴주름 제거술, 쌍꺼풀 재수술 및 뒤트임, 사각턱 축소술과 턱끝 수술 등 총 1천50만원이 드는 성형수술을 받고 나서 부작용이 났으니 돈을 돌려달라고 병원 측에 요구했다.

A성형외과는 억울했지만, 병원 입구에서 병원을 비방하는 시위가 이어지면 영업활동에 치명적이라고 판단해 L씨에게 서둘러 돈을 쥐여 보냈다. 하지만 L씨가 정신적 피해보상비로 요구한 1천만원은 주지 않았다.

B비뇨기과에서는 지난해 12월2일 시술을 받고 나서 병원에 다시 찾아가 한국인과 외국인의 시술비용이 20만원 차이가 난다는 점을 고지하지 않았다며 한국관광공사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했다. 병원 측은 L씨에게 시술비 50만원을 돌려줬다.

시간이 지날수록 L씨는 노골적으로 병원측을 협박했다. 지난해 12월30일 서초구 C성형외과에서 필러 시술을 받고 마취에서 깨어나자마자 시술에 불만을 드러내며 수술실 침대를 망가뜨리고 간호사를 폭행했다.

지난해 11월30일 강남구 D성형외과에서 첫 범행을 저질렀을 때만 해도 L씨는 여자친구를 병원에 소개해준 만큼 수수료 명목으로 250만원을 달라며 1인시위를 벌이는 데 그쳤다. 이때도 한 달가량 병원 앞에서 시위했지만, 소득은 없었다.

C성형외과의 고소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지난달 18일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C 성형외과 앞에서 1인시위를 하려고 준비 중이던 L씨를 검거했다. L씨는 지난달 28일 중국으로 떠날 예정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외국인을 상대로 성형시술을 하는 병원이라면 가급적 의료전문통역인을 고용하는 것이 좋다"며 "의사협회에 피해사례 자료를 제공해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run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