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원로 법조인들, 헌재 심판 진행에 쓴소리

"특검 시작전에 국회 탄핵처리…졸속이란 걸 단적으로 드러내"
"9명 재판관 전원 참여가 원칙…헌재가 너무 서두른다는 느낌"
헌재측 "탄핵심판은 징계 절차…죄 여부 따지는 재판과는 별개"

 전직 대법관·헌법재판관 등으로 구성된 원로 법조인들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재(憲裁)의 탄핵 심판 진행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정기승(89) 전 대법관과 이시윤(82·사진)·김문희(80) 전 헌재 재판관, 김두현(91)·이세중(82)·함정호(82)·김평우(72) 전 대한변협회장, 이종순(78)·김종표(86) 변호사 등 9명은 9일 조선일보 등 일간지 1면에 '탄핵 심판에 관한 법조인의 의견'이라는 제목의 성명(聲明) 형식 광고를 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들은 성명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나 찬·반을 떠나 순전히 법률 전문가로서 견해를 밝힌다"며 "특검의 조사가 본격 시작되기도 전에 국회가 (작년 말) 탄핵 소추를 의결·처리한 것은 이번 탄핵이 졸속으로 처리됐음을 단적으로 드러낸다"고 했다. 이들은 "헌재는 9명 재판관 전원의 심리 참여가 헌법상 원칙"이라며 "지난달 말 퇴임한 박한철 소장의 후임을 조속히 임명하되, 헌재는 재판(탄핵 심판)을 일시 중지했다가 9명 전원 재판부를 구성한 연후에 재판을 재개하는 것이 공정한 재판 진행 절차"라고 했다.

 이들은 "수사를 먼저 한 뒤 기소를 하는 것이 국가 기소 원칙인데, 국회가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는 탄핵 소추(기소)를 먼저 한 뒤에 특검이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 수집을 하고 있다"며 "본말(本末)이 전도된 이 상황을 법률가로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헌재 측은 "탄핵 심판은 대통령에 대한 일종의 징계 절차로 대통령이 죄를 지었느냐 여부를 따지는 특검 수사나 형사재판과는 별개"라며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심판도 대통령 탄핵 사유인 선거법 위반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됐다"고 했다. 헌재가 '신속성'만 내세운다는 지적에 대해선 "최근 대통령이 한꺼번에 신청한 증인 15명 중 8명을 채택하는 등 공정한 심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또 이종순 변호사는 '헌재가 이정미 재판관 퇴임일인 3월 13일 이전에 심판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정치권의 압박에 "대한민국 전체가 다 이성을 잃은 것 같다"며 "탄핵 심판 결론을 언제까지 내리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사법권 침해"라고 했다. 이시윤 전 원장은 "지금 탄핵 심판 기록이 어른 키만큼 쌓여 있다고 하던데 3월 13일 이전 선고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너무 서두르면 오판(誤判)하기 쉽고 졸속 재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헌재 관계자는 "1월부터 총 12번의 공개 변론을 갖는 등 충분한 시간을 갖고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며 "선고 시기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은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