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 최강 독성…피부 접촉만으로도 사망할 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김정남 피살 사건을 수사 중인 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남의 시신에서 검출됐다고 밝힌 신경성 독가스인 'VX'(C_11 H_26 N O_2 PS)는 지금까지 알려진 화학무기용 물질 중 가장 독성이 강하다.

24일 미국 질병관리본부(CDC) 홈페이지에 실린 설명 등에 따르면 VX는 농약으로 쓰이는 메틸파라티온 등 유기인산염 살충제와 독성 작용 원리는 비슷하지만, 훨씬 독성이 강하고 작용 속도도 빠르다.

대표적인 신경작용제 독극물인 사린가스(GB)와 비교하면 피부 노출에 따른 독성이 VX가 훨씬 더 강하며, 흡입하는 경우의 독성도 VX가 약간 더 높다.

치사량은 쥐에 대한 정맥 주사시 7㎍/㎏이다. 사람의 경우 피부 접촉만으로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분량은 1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눈에 보일 정도의 액체 VX가 피부에 닿더라도 즉각 씻어내지 않으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게 CDC의 설명이다.

VX의 독성 효과는 노출된 양, 방식, 시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기체 상태 VX에 노출됐을 경우 몇 초 내로 증상이 나타나며, 액체 상태 VX에 노출됐을 경우 수 분에서 최대 18시간 이내에 증상이 나타난다. 이런 점을 볼 때 액체 상태 VX가 김정남의 살해에 쓰였을 개연성이 충분하다.

VX 증기에 노출된 사람의 의복도 지속적으로 VX를 방출할 수 있으므로 주변 사람들 역시 이에 노출될 수도 있다. 이를 감안하면 김정남의 시신뿐만 아니라 의복에서도 VX가 검출됐을 가능성이 있다. VX 증기는 공기보다 무겁기 때문에 밑으로 깔리는 경향이 있다.

이 물질은 자연에서는 발견되지 않으며, 1950년대 초에 영국에서 개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한 냄새나 맛은 없으며, 실온에서는 주로 호박색(amber)의 유성 액체로 존재하며 자동차 오일과 비슷한 수준으로 매우 느리게 기화한다. 물론 온도를 높이면 비교적 빨리 기체가 된다.

VX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화학무기로 쓰였다는 의혹이 있었으나 명확히 확인되지는 않았다.

VX가 기체 상태로 살포될 경우 피부 접촉, 눈 접촉, 흡입 등으로 중독될 수 있다.

또 다른 신경작용제만큼 물에 잘 섞이지는 않지만, 물에 타서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이럴 경우 오염된 물을 마시거나 오염된 물이 피부에 접촉하면 중독될 수 있다. VX에 오염된 식품을 섭취해도 이 독극물에 노출될 수 있다.

VX는 체내에서 매우 느리게 분해되므로 VX나 다른 신경작용제에 소량 노출되는 일이 반복될 경우 체내에 축적돼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