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학자 주장…"김정은 후계자 자격 있나" 항의 

(서울=연합뉴스) 지성림 기자 =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암살된 김정남이 후계 구도에 불만을 품고 중국에서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마지막 담판을 벌였으나 무위로 돌아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족 출신의 사회학자이자 북한 연구학자인 리 소테츠 일본 류코쿠대학 교수는 24일 출간한 '김정은 체제 왜 붕괴되지 않는가'라는 제목의 책자에서 김정은 낙점 배경을 상세히 서술했다.

책자는 김정일의 2010년 8월 중국 지린(吉林)시 방문을 소개하면서 "감상적인 여정이었지만 후계자 체제 이행의 결말을 지을 시기가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며 "한때 후계자 후보로서 한없는 애정을 쏟았지만, 지금은 중국을 유랑하고 있는 장남 김정남 생각이 난 듯 그를 자신이 머무는 호텔로 그를 불러 이야기를 나눴다"고 김정일 부자의 상봉을 설명했다.

그 자리에서 김정남은 "아버지, 동생(김정은)이 후계자의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라고 불만을 털어놓으며 그해 3월 천안함 사건을 무모하게 도발한 동생을 거칠게 비난했다는 것이다.

책자는 "김정일은 본의 아니게 김정은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언급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미 정해진 노선이 바뀌는 일이 없이 (2010년) 9월 28일 제3차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이 후계자로서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김정남은 이후 일본 신문기자에게 이메일을 예고 없이 보내 "나는 3대 세습에 반대한다. 아버지도 3대 세습에 원래 부정적이었다"면서 "이상한 권력세습을 강행한 것은 내부적 요인이 있었기 때문이라 믿고 있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김정일이 장남 김정남 대신 삼남 김정은을 후계자로 선택한 구체적인 배경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김정일은 애초 장남인 김정남에게 많은 애정을 쏟았지만, 김여정이 태어난 1987년경부터는 그 애정이 김정은·김여정 남매에게 완전히 옮겨갔다고 저자는 설명했다.

2008년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 병상을 지켰던 것도 이들 남매였다고 한다.

병상에서 일어난 김정일은 그해 9월부터 비정기적으로 가족회의를 열고 후계자 문제를 논의했다고 오스트리아를 통해 망명한 전 북한 고위간부는 증언했다.

다음 해 1월 8일, 김정은의 생일을 맞아 김정일이 당시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었던 리제강을 불러 김정은을 후계자로 낙점했다는 사실을 당 내부에 알리도록 지시했다고 책자는 전했다.

김정일이 사망에 이르게 된 배경도 새롭게 밝혀졌다.

김정일은 2011년 12월 16일 오후 5시께, 후계자 김정은으로부터 자신의 치적물로 건설 중이던 희천 수력발전소에서 결정적인 결함이 발견됐다는 보고를 받고 격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일은 김정은과 통화 후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장녀 김설송의 집을 찾아 단둘이 와인을 마시고 대화를 나눴다는 것이다.

와인을 마시고 나서 침실로 들어간 뒤 1시간 지나 비상용 버저가 울려 들어가 보니 졸도한 김정일 입에서는 거품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고 한다.

그 시각은 오후 8시 30분. 즉시 김정일을 최첨단 의료설비가 갖춰진 '32호 초대소'로 이송했지만, 밤 11시 독재자는 숨을 거뒀다고 책자는 강조했다.

당시 북한 관영 매체는 김정일이 "12월 17일 오전 8시 30분 현지지도를 위해 가던 야전 열차에서 순직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북한 당국이 김정일의 사망 장소와 시각을 조작해 발표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yoon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