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초간단' 성명에 해석 분분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짧으면서 모호한 성명을 내놔 의도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고 CNN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틸러슨 장관 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은 다시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 문제와 관련해 충분히 말했다. 우리는 더는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3개 문장, 23개 단어로 이뤄진 짤막한 성명이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고 동맹국을 지지하는 내용의 '정형화된' 성명을 내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구체성이 떨어지다 보니 성명을 두고 이런저런 뒷말이 나왔다.

틸러슨 장관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려고 한 것인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시선을 끌려는 북한의 의도에 휘말리지 않고 '관심주기'를 거부한다는 건지 성명만 봐서는 알 수 없다는 반응들이 있었다.

최근 미국이 북한에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것을 봐선 틸러슨의 성명이 "대화할 시간은 끝났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시간이 왔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CNN은 설명했다.

반면 미 정부의 고위직 관리 2명은 CNN에 틸러슨의 메시지를 도발로 해석해선 안 되며 국무부가 북한의 도발 때마다 일상적인 성명을 더는 내놓지 않을 것이란 신호로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군 기관지 성조지는 "틸러슨 장관이 북한의 최근 도발에 특이하게 간단한 반응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CNN은 "외교에서 모호함은 위험하다"며 "말이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오해 때문에 국제적인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 나라의 외교사령탑으로서 단순한 수사를 넘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는데 틸러슨의 성명에는 북한의 도발에 미국의 대응 지침이 전혀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틸러슨의 성명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자 소셜미디어엔 비판과 조롱의 글들이 이어졌다.

민주당의 대선주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의 전 외교 자문인 로라 로젠버거는 트위터에 틸러슨 성명과 같은 글을 올렸다면 자신은 해고됐을 것이라고 썼다.

민주당의 테드 리우(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성명을 시리아의 화학무기 공격에 대해 묻는 기자들에게 답변을 거부한 틸러슨 장관의 행동에 빗대며 모호함을 비난했다.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