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사드·보호무역 대내외 악재 여전…2분기 낙관은 일러
"새 정부, 일자리 창출·내수부양 힘써야"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한국경제에 또 반가운 소식이 찾아왔다.

한국은행은 27일 올해 1분기(1∼3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작년 4분기보다 0.9%(속보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분기별 성장률이 작년 4분기(0.5%)보다 0.4% 포인트(p)나 뛰었다.

예상보다 좋은 성적표가 나옴에 따라 한국경제가 불확실성을 떨치고 순항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최근 반도체를 앞세운 수출이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고 소비자심리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코스피가 지난 26일 6년 만에 2,200선을 돌파하는 등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겁다.

올해 초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1월 초에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초불확실성의 시대'라는 표현을 꺼낼 정도로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컸었다.

◇ 수출과 건설·설비투자 덕 봤다…수출 증가율 1년3개월만에 최고

올해 1분기 경제성장을 주도한 일등공신은 수출이다.

수출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계 등을 중심으로 1.9% 늘었다.

작년 4분기 -0.1%를 기록했다가 올해 뚜렷한 반등세를 나타낸 것이다.

수출 증가율은 2015년 4분기(2.1%)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수출 증가는 세계교역량의 영향을 받았다.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탄탄하고 국제유가 상승으로 자원개발국들의 경제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전년 동기대비 수출액은 작년 11월부터 5개월 연속 증가했고 4월에도 좋은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304억 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8.4% 늘었다.

건설투자도 1분기 성장률에 큰 몫을 했다.

그동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작년 4분기 경제성장을 이끈 건설투자의 힘이 올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한 정부의 부동산 관리 대책도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컸다.

그러나 1분기 건설투자 증가율은 5.3%로 작년 4분기 마이너스(-1.2%)에서 크게 좋아졌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작년 1분기(7.6%) 이후 1년 만에 최고치다.

정규일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브리핑에서 "건설투자가 1분기에 조금 둔화하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기상 여건도 양호하고 공공부문의 예산 집행이 이뤄지면서 건설기공과 착공실적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설비투자 증가율이 4.3%로 힘을 보탰다.

작년 4분기 5.9%보다 하락했지만, 반도체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 투자가 많았던 점은 긍정적이다.

수출 증가가 기업의 생산 및 소비투자로 연결되는 효과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지출항목별 성장기여도(전기대비 성장률 기준)를 보면 수출과 건설투자가 각각 0.8%p로 높았고 설비투자는 0.4%p로 나타났다.

◇ 사드 보복, 2분기 성장률에 본격적으로 반영 예상

1분기 경제 성적표가 나쁘지 않지만, 아직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더딘 내수 회복세가 숙제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0.4%로 작년 4분기(0.2%)보다 올랐지만, 작년 2분기(0.8%)나 3분기(0.6%)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경제활동별 GDP에서 서비스업 성장률을 보면 도소매 및 음식숙박(-1.2%), 금융 및 보험(-0.9%), 문화 및 기타서비스(-0.8%)가 나란히 뒷걸음질했다.

특히 자영업자들이 대다수 포함된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이 국내 소비 부진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정규일 국장은 "서비스업 생산과 민간소비가 낮은 증가세를 지속했다"며 "중국인 관광객 감소, 지난 분기부터 이어진 소비심리 위축. 신제품 출시를 앞둔 휴대폰 구매의 연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출 증가가 아직 본격적인 내수회복으로 연결되지 않았고 경기 개선을 별로 체감하지 못하는 서민들은 지갑을 열지 못한 것이다.

실제로 수출과 설비투자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해외생산 등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수출 대기업은 이익을 많이 내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가계로 과실이 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소득 양극화, 가계부채 급증, 인구 고령화 등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소비를 제약하고 있다.

대외 악재도 곳곳에 남아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 대외여건이 녹록지 않다.

특히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25일(현지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점에서 당장 2분기 성장률이 좋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단하기 어렵다.

중국의 한국행 단체관광 금지 등 보복조치는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경제성장의 온기를 이어가면서 일자리 창출과 내수부양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새 정부의 과제는 일자리를 만들고 미국과 중국의 통상압력 등 대외적 위험요인을 잘 관리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양극화 문제가 완화되고 성장률도 계속 좋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