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재외국민투표가 지난 25일부터 시작됐다. 

 이번 재외선거에 사전 등록한 유권자는 LA총영사관 1만3631명을 비롯해 모두 29만4633명이다. 이는 전체 추정 재외선거권자인 197만여명의 14.9%에 해당된다. 2012년 제18대 대선에 비해서 32.5%, 지난해 총선과 비교해서는 91.1%가 증가한 수치로 재외유권자의 참여도 증가는 가히 폭발적이다.

 27일까지 치뤄진 재외선거에 한인들의 참여 열기는 뜨거웠다. LA총영사관 내 투표소엔 3일째인 27일도 하루종일 투표를 하려는 한인들로 북적였다. 7시간 차를 몰고 온 부부에서부터 캐나다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유학생, 생애 첫 투표를 하는 19세 젊은이, 7~80대 할아버지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한인들의 모습은 자못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기자 역시 한 표를 행사했다. 미국에 온 후 두번째 재외선거다. 이번 대선은 지난 2012년 대선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이번 대선은 역사적인 기록으로 남을 만한 것이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의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이어 불법과 부정으로 전직 대통령의 구속, 그리고 1년 빨리 대통령 선거가 치뤄진 일 등. 이 모든 것이 역사상 최초의 일들이기 때문이다.

 한편의 드라마와 같은, 현실에서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연이어 일어난 데는 한국민들의 '촛불 힘'이 컸다. 물론 '태극기 집회'와 박 전 대통령의 파면과 구속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촛불 집회'라는 거대한 국민적 저항운동이 이번 조기 대선을 이끌어 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쯤에서 고백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촛불 집회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한번도 참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비록 멀리 떨어져 있긴 하지만 인터넷으로 한국의 촛불 집회를 편한 자세로 즐기기만 했지 그 물결에 함께 하지 못한 것을 두고 늘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이번 재외 투표는 촛불 집회에 동참하지 못한 것에 대한 마음의 빚을 갚는 셈이었다. 

 이번 재외국민투표에 사전 등록하지 않은 잠재적 해외 유권자들이 168만여명이나 된다고 한다. 생업이나 체류 신분 문제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쉬움이 클 것같다. 투표 참여만 못했을 뿐 조국을 생각하는 마음에는 다름이 없을 것이다. 

 미국에 이민 와 LA한인타운에 살고 있는 K(45)씨. 투표장에서 만난 그는 이렇게 말한다. 

 "한국에 살 때도 한번도 투표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아가는 고국을 보면서 이번엔 반드시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압니까? 저의 1표로 뭔가 바뀌어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