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아이들은 화재사고를 미리 알고 있었을까.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시의 터널에서 유치원 통학버스 화재로 참변을 당한 어린이들이 사고 당일에 유독 유치원에 가기 꺼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숨진 가은(5)양의 아버지 김미석씨는 10일 "사고를 당한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날만 유독 유치원엘 가기 싫다고 했다고 한다"며 "대부분 다독여서 유치원 통학버스에 태워보냈는데 그게 죽음의 길로 이어질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가은양도 사고 당일 아침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마른 기침을 하다가 구토까지 했는데 김씨 자신이 그래도 가야한다고 했다며 애통스러워했다. 토끼를 좋아했던 꼬마소녀 가은양은 그렇게 아빠 곁을 떠났다.

당일 아침에 비가 내리는 것을 보고 아이들이 짜증을 부렸을지 모르지만 다른 유족 부모들도 아이들이 비슷한 얘기를 했었다고 김씨는 덧붙였다.

현지 교민들은 유치원에 다니던 K양 부모가 그날따라 유치원에 가기 싫다는 K양을 위해서 통학버스에 태우지 않아 화를 면했다는 얘기도 전했다. K양의 엄마가 전날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지 말라는 꿈을 꿨었다는 얘기까지 덧붙여졌다.

유치원에 가지 않으려는 아이를 야단쳐서 보내려다가 통학버스 시간이 늦어져 엄마가 직접 차량으로 보내는 바람에 통학차량에 타지 않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함께 사고를 당한 상율(4)군의 아버지 이정규씨도 김미석씨와 함께 유족 공동대표로 기자들과 만나 "아이들이 사고의 조짐을 먼저 알고 있었던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침에 아이 엄마가 아이에게 옷을 입혀주는데 아이가 '유치원 차가 너무 뜨거워'라고 하면서 유치원에 안 가겠다고 떼쓰는 걸 겨우 달래서 보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8일 연휴가 끝나고 즐거운 표정으로 유치원에 갔던 상율군이 하루만에 등원을 꺼리게 된데 대해 네살바기 아이도 차량의 이상을 느낌으로 알고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통학차량의 노후화나 이상 문제는 반드시 짚어봐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우선적으로 규명돼야 할 문제로 차량관리 상태를 꼽으며 "차량 내부에 소화기나 유리창을 깰 망치가 있었는지, 유치원 차량의 노란색 규정을 지켰는지, 문제 발생시 긴급대처 방안이 있었는지 등이 파악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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