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통해서 구체적인 일정까지 공개…후보 당시 공약 이행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취임한 지 이틀째를 맞은 문재인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과는 다른 파격적인 소통 방식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대선 기간에 강조한 것처럼 권위를 앞세우기보다는 겸손한 자세로 '소통하는 대통령'을 실천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11일 청와대에서 신임 수석 등과 오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는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윤영찬 홍보수석, 조현옥 인사수석, 이정도 총무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 등 참석자들은 재킷을 벗고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문 대통령 맞은 편에는 청와대 안살림을 총괄하는 이정도 신임 총무비서관이 앉았다.

역대 정권에서 총무비서관은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맡는 이른바 '문고리 권력'의 자리였지만, 이 비서관은 문 대통령과 전혀 인연이 없는 기획재정부 출신의 '늘공'(늘 공무원)이라는 점에서 파격 인사로 받아들여졌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장면'이라고 입을 모았다.

수석이 아닌 비서관이 대통령 맞은 편에 앉아 겸상하는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대통령과 수석, 비서관이 격의 없이 어울리는 모습은 오찬 후에도 이어졌다.

문 대통령 등은 재킷을 입지 않은 채로 한 손에 커피 한 잔씩을 들고 청와대 경내를 산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격의 없이 소통하겠다고 이야기해 온 문 대통령이 측근들과의 소통부터 원활히 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모습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파격 소통'은 이미 곳곳에서 예고됐다.

이날 참모들과의 청와대 경내 산책도 이미 오전에 출입기자들에게 공식 일정으로 고지된 상태였다.

기존에는 경호상의 이유를 들어 이러한 일정은 공개되지 않거나 사후에 알려지는 게 관례였다.

취임 첫날 일정의 경우 문 대통령의 페이스북 계정에 모두 공개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이미 대통령의 일정, 동선 등을 미국 백악관처럼 국민에게 공개하겠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국민과 소통하고 국정 운영을 투명하게 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정이다.

다만, 경호상의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어 일정을 계속 공개할지를 놓고 내부에서 숙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 하더라도 문 대통령이 이미 '친근한 경호, 열린 경호, 낮은 경호'라는 원칙을 강조한 만큼 앞으로도 경호 수준이 전임 대통령들보다 훨씬 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는 전남도청 브리핑룸에서 전남지사 퇴임 기자회견을 하면서 문 대통령이 '경호를 약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어제 대통령이 총리, 국정원장 등 지명을 마치고 차담을 하면서 특별한 당부를 했는데 경호실장에게는 '경호 좀 약하게 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경호실장이 곤혹스러워할 정도의 모습에 국민 곁에 가까이 가는 광화문 시대 대통령이 되고자 마음을 많이 쓰는 것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kj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