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봉지 라면 겉 인쇄 성분 함유량 1개 아닌 반개 기준 '눈속임'  
실제로는 라면 1개 먹으면 표기 나트륨의 2배 섭취하는 셈
한국에선 1개 기준 표기…"미주 고객 우롱하는 처사" 분통   

 한인들에게 주식(主食)과도 같은 라면. "건강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음식"이라는 생각에 나트륨(sodium)을 비롯한 라면 성분 함유량에 소비자들은 매우 민감하다. 하지만 특정 봉지라면에 표기된 성분 함유량이 1개 기준이 아니라 반 개 기준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한인 소비자들은 많지 않다. 라면 1개를 먹게 되면 봉지에 표시된 나트륨의 2배를 먹는 셈이다.

 ▶업체들 "오래된 관행" 해명

 어쩌다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여기엔 조금이라도 나트륨 수치를 적게 보이고 싶은 생산업체의 '꼼수'가 숨어 있다.

 먼저 한인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라면을 조사해 봤다. 농심의 신라면에 표시된 칼로리는 260칼로리,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 함유량은 920㎎으로 표기돼 있다. 오뚜기 진라면(순한맛)은 250칼로리, 나트륨은 940㎎으로 나와 있다. 이 두 라면에 표기된 성분들은 반 개짜리 성분이다. 결국 라면 1개를 먹을 경우 신라면은 520칼로리에 1840㎎의 나트륨을 섭취하는 것이고 진라면은 500칼로리에 1880㎎의 나트륨을 먹게 되는 셈이다.

 나트륨의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성인 기준 하루 권장 섭취 최대량은 2000㎎이다. FDA(연방식품의약청)가 권장하는 1일 나트륨 권장 섭취량은 2300㎎으로 WHO 기준보다 조금 많다. FDA 기준으로 아침 식사로 라면 1개를 먹으면 하루 종일 섭취 가능한 나트륨량은 티스푼 3~4개에 불과하다.

 언제부터 라면 1개를 1식이 아닌 2식으로 표기된 것일까.

 이를 명쾌하게 설명해준 라면 생산공급업체는 없었다. 일종의 관행인 것이다. 여기에 경쟁사와 보이지 않는 눈치 경쟁이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용기면을 제외한 모든 봉지 라면은 반 개 기준으로 성분을 표시하고 있다"며 "경쟁사가 2식 기준으로 표기하고 있어 쉽게 바꿀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우선 의식' 실종

 미주 한인들이 라면 성분표를 보고 점검하는 경향이 많고, 특히 나트륨 과다 섭취에 따른 건강 위해성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더욱 반 개짜리 성분 표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라면 성분 함유량 표기는 1개를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전 제품에 공히 적용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보면 미주 라면 생산공급업체의 현실론은 근거가 부실해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인 소비자들 사이에서 라면 생산공급업체의 '눈속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현상일지도 모른다.

 한인 이모(남·35)씨는 "라면의 성분 표시를 볼 때 칼로리와 나트륨 등 성분 함유량만 보았지 반 개짜리 성분표인지는 몰랐다"며 "라면을 반 개 끓여 먹는 사람이 몇이나 되느냐"고 되물었다. 이씨는 또 "라면 생산공급업체들의 이 같은 눈속임은 한인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로 즉각 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반 개짜리 눈속임 성분 함량 표시 관행은 단기간에 쉽사리 개선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업체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개선 노력과 검토를 하겠다고 하지만 치열한 경쟁 관계 속에서 손해를 감수하면서 개선하기에는 라면 생산공급업체들의 소비자 우선 의식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개선될 때까지 라면 선택시 덧셈과 곱셈의 기본 수학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한인들의 수고는 계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