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2시 37분 집에서 나와 학교에서 3D프린터 구동…7시 41∼44분 폭발물 두고 가
"잠 깨려고 연구실 근처 돌아다녀" 주장…폭발물 든 텀블러는 피해자 물건으로 추정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연세대 공대 교수 연구실에 사제 폭발물을 둔 대학원생 피의자 김모(25)씨는 범행 당일 알리바이까지 꾸민 것으로 조사됐다.

14일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전날 오전 2시 37분께 서대문구 연세대 인근 하숙집에서 나와 3시께 교내 폐쇄회로(CC)TV에 처음 모습이 찍혔다.

연세대 제1공학관의 연구실로 간 김씨는 먼저 와 있던 다른 학생 1명과 만났지만 별다른 의심을 사지는 않았다고 한다.

김씨는 연구실에서 3D프린터 프로그램을 구동시켜뒀다.

이후 김씨는 오전 7시 41∼44분 사이 피해자인 이 학교 공대 김모 교수 연구실이 있는 연세대 제1공학관 건물 4층의 CCTV에 포착됐다. 경찰은 이 시간에 김씨가 김 교수 연구실 문 앞에 폭발물이 든 상자를 놓고 간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이때 김씨는 자신의 모습이나 신원을 숨길 모자, 후드티 등의 복장을 전혀 갖추지 않았다.

김씨는 폭발물 상자를 두고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 쉬고 있었다. 오전 8시 40분께 김 교수가 상자를 열다가 화상을 입은 소식을 다른 학생한테서 듣고는 학교로 돌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발생 이후 연구실 주변 CCTV부터 확인한 경찰은 김씨가 이른 아침 돌아다닌 모습을 보고 이유를 물었다.

이때 김씨는 "3D 프린터 프로그램을 돌리기 위해 학교에 갔다"며 "(7시 41∼44분 사이 돌아다닌 것은) 잠을 깨기 위해 돌아다닌 것"이라고 잡아뗐다.

하지만 김씨가 집 주변에 버린 수술용 장갑에서 폭발물에 들어간 화약 성분이 검출되면서 김씨의 알리바이는 소용이 없게 됐다.

경찰은 이날 오후 7시 7분께 김씨를 경찰서로 임의동행해 증거를 들이대며 추궁한 끝에 자백을 받아내 오후 8시 23분께 그를 폭발물사용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김씨는 범행을 혼자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그의 교우 관계나 김 교수와의 관계 등에 대해선 "아직 안 좋았다든지 하는 내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또 "통상적으로 '테러'라고 하면 실무적으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정의한다"며 "김씨는 김 교수 개인을 노린 것으로 본다. 교수 연구실 앞에 (폭발물을) 뒀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가 김 교수의 일정을 사전에 파악하고 미리 계획한 시간대에 폭발물을 두고 갔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김씨가 취업해 시험에서 빼달라고 했지만 김 교수가 받아들이지 않아 시험을 치러야 해 불만을 품었다'는 식의 추측에 대해선 경찰이 "김씨는 취업하지 않은 상태"라고 확인했다.

폭발물 제조에 사용된 스탠퍼드 대학 마크가 있는 텀블러는 김 교수 연구실에 있었던 물건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김 교수에게 텀블러를 본 적 있느냐고 물어보니 '어디서 본 것 같다, 내 것 같다'고 했다"며 "지금으로선 김 교수 연구실에서 다른 텀블러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날 오전 8시40분께 연세대 제1공학관 기계공학과 김 교수 연구실에서 김씨가 만든 사제폭발물이 터져 김 교수가 화상을 입었다.

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