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C 유명앵커 메긴 켈리, 알렉스 존스 인터뷰…유족 강력 반발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미국 NBC 방송이 지난 2012년 일어난 미국 샌디훅 초등학교 총격 참사를 '가짜'라고 주장하는 음모론자 알렉스 존스를 출연시킨 것을 놓고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18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유명 여성앵커 메긴 켈리가 진행하는 NBC 방송의 '선데이 나이트 위드 메긴 켈리'에 출연한 존스는 어린이만 20명이 목숨을 잃은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이 "거짓말"이라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코네티컷주 작은 마을 뉴타운에서 한 20세 청년이 어머니를 살해한 뒤 인근 샌디훅 초등학교에 가 총기를 난사해 학생 20명과 교직원 6명을 숨지게 한 이 사건은 당시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다.

극우 매체 '인포워즈'(Infowars) 운영자이자 인터넷 라디오 방송 진행자인 존스는 이날 방송에서 '악마의 변호사'(devil's advocate·다양한 논의를 위해 의도적으로 반대 의견을 말하는 사람) 역할을 하기 위해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이라면서도 "아이들이 건물을 탈출하는 모습이 비상훈련 같더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당시 현장을 담은 영상을 봤다는 그는 "진짜 같은 장면도 일부 있었지만 아이들이 손을 든 채 건물을 드나들고 돌아다니는 장면도 있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진행자 켈리와 출연자 존스 간에는 인터뷰 시작부터 설전이 벌어졌다.

존스를 '급진적인 음모론자'로 소개한 켈리는 "악명높은 거짓말을 밝혀내겠다"고 다짐하고, 존스에게 잘못을 인정할 생각이 없는지를 캐물었지만 존스는 인정과 반박 사이를 교묘히 오가며 기성 언론이 자신의 발언을 왜곡한다고 맞받았다.

2001년 9·11테러도 정부가 기획했다는 등 각종 사건·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음모론을 제기하는 존스는 지난해 미 대선 당시 반 클린턴 성향의 의혹을 잇달아 제기해 트럼프 당선에 기여한 인물로 손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존스가 진행하는 인터넷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적도 있다.

존스는 이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에 관한 물음에 "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은 주요 언론에 비하면 현저히 낮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친하지만" 친구는 아니라고 답했다.

이 인터뷰는 방영 전부터 부적절성 논란에 휩싸였다.

존스 같은 문제 인물에게 발언 기회를 줬다는 점에서다. 피해가족 12명도 변호사를 통해 강력히 반발하며 NBC 측에 방영 취소를 요청했다.

이런 가운데 존스는 방송 한주 전 켈리와의 전화 통화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을 공개해 논란 확산을 부추겼다.

이 파일은 켈리가 "당신이 '이상한 사람'(boogeyman)으로 비치지 않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하는 내용이 담겼다.

켈리는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존스를 칭찬하고 그의 방송에 출연한 적도 있다며 존스를 출연시키기로 한 결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인터뷰가 유족의 아물지 않은 상처를 다시 건드릴 수 있다는 판단하에 코네티컷주의 NBC 연계 방송사는 해당 프로그램을 방영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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