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힘들고 고된 길이었다. 하지만, ‘송강호’라는 이름 석자만으로도 ‘쉽고, 가능한 길’ 처럼 보인다. 

배우 송강호가 또 다시 시대의 아픔을 연기한다. 2004년 ‘효자동 이발사’로 시작해 2013년 ‘변호인’ 그리고 지난해 ‘밀정’ 까지. 특히 ‘변호인’에 그가 ‘출연한다’고 했을 때 “앞으로 스크린에서 송강호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블랙리스트 배우”라는 설이 나올 정도로 위기로 보였다. 하지만, 송강호는 달랐다. 주위의 우려에도 곧게 뻗어나갔고, 주어진 역할에 충실했다. 잠시 누군가의 눈에 미워보였을지 몰라도,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은 “역시 송강호야! 정말 좋다!”라며 환호를 보냈다.  

송강호의 새 영화 ‘택시운전사’도 같은 맥락으로 기대를 모으는 올 여름 대작이다. 영화는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것으로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 분)이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 분)를 태우고 광주로 가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20일 압구정 CGV에서 열린 ‘택시운전사’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송강호는 “처음에는 출연을 거절했습니다. 너무 아픈 현대사를 다루고 있어서 부담감이 있었다”면서 “일종의 건강한 부담감이라고 표현하고 싶은데, 저 자신이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습니다”며 그간의 심경을 이같이 표현했다.  

송강호가 단 한번에 “출연 하겠다”고 한 작품은 사실 많지 않다. 매 순간 다른 캐릭터와 표현하고 싶은 감정선들을 그는 스크린을 통해 토해냈기 때문. 단 한 장면이라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허락하지 않았던 그다. 이번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 그는 “영화 ‘변호인’도 마찬가지였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야기가 마음속에 떠나지 않았다”면서 “힘들겠지만, 이 이야기의 뜨거움과 열정, 열망을 많은 분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거푸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전하는 영화에 출연해 온 것에 대해서는 “의식하지 않았지만, 필모그래피를 보면 근현대사를 다룬 소재의 영화에 많이 출연했다”면서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역사나, 혹은 알고는 있었지만 예술로 승화한 작품을 만들어간다는 점이 마음을 사로잡은 것 같다. 이런 영화를 통해 비극과 아픔을 전하기보다는 희망을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송강호는 이 자리에서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도 충실히 답했다.  
송강호는 “중학교 때 라디오로 비극적 소식을 들었다. 당시 언론 통제가 돼서 가짜 뉴스였는데 한동안 정말 국가에서 교육시키는대로 이 비극의 본질을 그렇게(잘못) 알고 있었다”면서 “오랜 세월이 지나 정말 아프고 잊지 못할 아픔을 지닌 본질을 알게 됐다. 특히 이 작품을 통해 더더욱, 지금은 안타깝게 돌아가셨지만 힌츠펜터 기자의 용기와 진실에 대한 열정을 알게 되면서 배우로서도 숭고한 마음을 갖게 되는 느낌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택시운전사’에는 송강호 외 유해진이 광주 택시기사 황태술역을, 류준열은 대학가요제 나가는 것이 꿈인 광주 청년 구재식역을 맡아 열연한다. 오는 8월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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