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있는 코리안 빅리거는 모두 8명이다. 코리안 메이저리거는 지난해 8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시즌 뒤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뛰던 이대호(35)가 친정팀 롯데로 복귀했지만 황재균(30)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유니폼을 입으며 8명은 그대로 유지됐다.

하지만 '풍요 속 빈곤'이 딱 들어맞는 표현이다.

올 시즌 전반기를 마친 9일 현재 빅리그에 올라 있는 선수는 6명의 전부다. 그중에서도 A를 줄만한 선수는 없다.

지난 시즌 성공적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올 시즌 기대가 가장 컸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오승환(35)은 전반기에 18세이브(1승 4패)를 수확해 메이저리그 전체 12위의 성적을 거뒀다. 그런데 내용이 영 좋지 않다. 38경기에서 40.2이닝을 던지면서 안타를 44개나 허용했다. 홈런도 지난해 5개에서 벌써 7개가 됐다. 블론세이브는 3개, 평균자책도 3.54로 치솟았다. 마무리로서 불안 요소가 늘어나자 현지 언론에서는 '마무리 교체설'이 나오기도 했고,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빅리그 터줏대감인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35)도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추신수는 2013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텍사스와 7년간 1억3000만 달러의 대박을 터뜨렸지만 이후 잦은 부상 등으로 경기력이 떨어지면서 고전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고액 연봉 탓에 주전을 보장받고 있지만 78경기에서 타율 0.250(288타수 72안타), 12홈런 42타점 49득점이라는 칭찬하기 힘든 성적을 냈다. '출루머신'이라는 옛 명성대로 팀 내 규정 타석을 채운 텍사스 타자 중 가장 높은 출루율(0.363)을 기록했지만 출루만 있을 뿐 팀의 중심타자로서 승리 기여도는 여전히 낮다.

데뷔 첫 해에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사용해 보란듯이 자신의 타격 재능을 증명한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김현수(29)는 여전히 주전으로 뛰지 못하고 있다. 전반기 51경기에 출전했지만 대부분이 교체 출전이었다. 플래툰 시스템의 덫을 풀지 못하면서 타율 역시 0.229(118타수 27안타)로 저조해 대타로도 2·3옵션으로 밀렸다.

황재균은 전반기 막판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뤘다. 그리고 데뷔 첫 경기인 지난달 28일 콜로라도와 경기에서 결승 홈런을 날리며 강렬한 인상도 남겼다. 지난 겨울 뉴욕 양키스로 이적한 최지만(26)은 지난 5일 토론토, 7일 밀워키를 상대로 2경기 연속 아치를 그리며 장타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1할대 빈타로 주전으로 올라서기 위한 숙제를 안았다.

성공적으로 전반기를 보낸 선수는 없지만 후반기가 기대되는 선수가 있다.

LA 다저스의 류현진(30)은 어깨, 팔꿈치 수술로 긴 공백기를 거치고 올 시즌 초반 선발 로테이션에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전반기 14경기 등판해 3승6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4.21로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지만 건강함을 과시한만큼 후반기가 기대된다. 부상 후유증으로 인한 구속 저하도 조금씩 회복하는 모습이고, 동시에 다양한 변화구를 통한 위기 돌파 능력까지 선보여 전성기 시절의 류현진에 점차 다가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편 박병호(31·미네소타)는 마이너리그에만 머물렀다. 트리플A 전반기 성적도 타율 0.243(230타수 56안타)에 그쳐 빠른 시일 안에 빅리그에서 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강정호는 오프시즌 음주 운전으로 인해 비자 발급이 어려워지면서 아직도 팀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