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진 최

 미주 한인 사회에 발레 열풍을 몰고 온 서울발레단의 '가족과 함께하는 발레공연'이 지난 14일 윌셔이벨극장에서 1200석 모든 자리를 꽉 채우며 대성황을 이루며 막을 내렸다. 공연 끝난지가 며칠 지났지만 아직도 그 감흥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처음 LA에서 서울발레단의 공연이 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정말 반가웠다. 이미 전 세계에서 극찬한 서울발레단과 함께 미주에 발레리나를 꿈꾸는 학생들과 LA에서 공연을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일이었다. 

 그동안 한인사회에선 한류와 케이팝 열풍으로 한국의 유명 연예인 가수들의 초청 공연을 자주 접할 수 있었으나 순수예술 발레공연은 거의 10년 만에 처음이었다. 

 이번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까지 많은 준비 과정이 있었고, 많은 관계자들과 후원단체들의 땀과 노력이 뒷받침했다.  

 한미무용연합회는 서울발레단의 박재근 교수와 MOU를 맺고 이번 공연을 무사히 진행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협력했다. 특히 서울발레단의 이번 공연 무대에 함께 오를 꿈나무 발레리나를 뽑는 오디션은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오디션에서 뽑힌 꿈나무 발레리나들은 단 3분 동안 무대에 오르기 위해 공연 당일 날까지 쉴새없는 연습에 몰두했으며, 이들을 지도하는 관계자들 또한 어린 발레리나들이 최대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함께 땀을 흘려야했다.

자상하던 교수님도 총연습 때는 양보가 없었다. 어린 발레리나들이지만 결코 흐트러진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제대로 작품이 나올 때까지 연습에 연습을 더했다. 그렇다. 발레란 바로 그런 것이었다. 마치 채찍질을 하듯 훼떼를 36바퀴 돌며 하나의 목표를 항해 오직 한 곳만 보고 돌고 또 돌고…인생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공연이 시작되자 무대 뒤는 그야말로 긴장에 휩싸였다.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는 발레리나들의 입술은 떨렸다. 결국 무한대의 점프 후 자기의 순서가 끝나고 커튼 뒤에서 숨 가쁘게 몰아쉬는 그들. 그리고 일일이 땀을 닦아주는 박 단장의 모습.  진솔한 인간미를 느껴졌다. 

 "선생님 무지 떨렸는데 너무 행복했어요." 공연이 끝나고 모든 아이들이 함박웃음 짓는다. 

 그리고 박 단장의 격려. "솔직히 걱정했는데. 너무 잘했다. 그래 너희는 오늘의 공연을 평생 있지 못할 거야. 너희는 오늘 춤을 추면서 삶과 인생을 배운거야. 더 큰 무대로 나갈 거야." 

 똑같은 느낌, 똑같은 생각. 커튼콜의 짜릿함과 함께 찾아오는 공허함. 공연은 그렇게 끝이 났다. 

 공연을 돌아보며 모두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할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발레가 종합예술이라는 걸 다시금 느끼게됐다. 

 하나의 끝은 또 하나의 시작이다. 이번 공연은 한인사회에 발레의 저변 확대에 새로운 기폭제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않는다. 그리고 내년 6월에 한국으로 초청받은 꿈나무 발레리나의 꿈이 현실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이번 공연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중 하나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스포츠서울USA(대표 오경진) 임직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한미무용연합회회장 / 진 발레스쿨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