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대통령이 꼰대같이…고집 세고 너무 권위주의적"

[목요화제]

일방통행식 국정에 佛민심 폭발, 지지율 석달만에 64%→37% 급락
반대파 무시한 채 개혁 급급…"새 대통령 환상 깨졌다" 허니문 종지부 
佛언론 "권력에 취해 정신 못차려… 이렇게 빨리 가면 크게 넘어진다"


 지난 5월 프랑스 대선에서 선거 혁명을 일으키며 당선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취임 석달 만에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반대를 용납하지 않는 권위주의적인 국정 운영 방식과 개혁 조급증에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해리스 인터렉티브의 최신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62%에 달했지만 '긍정적'이라는 응답은 37%에 불과했다.

 취임 첫 달인 지난 5월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대개 60%대 초반으로 나타난 것을 고려하면, 지지율이 30%포인트 가까이 떨어지면서 '반토막'이 났다.

 ▶"정치사 새로 썼다" 칭송 무색

 마크롱은 지난 5월 대선에서 큰 표 차로 승리한 뒤 총선에서도 과반의 압승을 거두는 등 "프랑스 정치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후 이런저런 논란에 휩싸이면서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이 같은 부정적 지지율은 역대 프랑스 대통령들의 취임 3개월 지지율 중 가장 낮은 수치다.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 5월 21일 지지율 64%를 기록하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지난달 18일 치러진 총선에서도 집권 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가 압도적인 과반(전체 의석의 60%)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경제 침체와 테러 등 난제를 풀 대안을 내놓지 못한 기존 정당들에 대한 실망감과 "강한 프랑스를 재건하겠다"는 젊은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기대 심리가 동시에 작용한 덕분이다. 그러나 '밀월(허니문)'은 두 달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의 장 프랑수아 도리도 소장은 르피가로 인터뷰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파격 행보를 호의적으로 지켜보던 프랑스인들의 관망 심리가 비관주의로 돌아섰다"며 "마크롱의 성급하고 권위주의적인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정치권과 유권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영부인 지위 부여추진 역풍

 지난 달 국방예산 삭감 문제를 둘러싼 마크롱과 피에르 드빌리에 전 합참의장의 충돌 사태가 지지율 추락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드빌리에 전 합참의장이 마크롱 정부의 국방예산 8억5000만유로 감축 방침에 강력히 반발하자 마크롱은 군 수뇌부에 "내가 당신들의 상관"이라며 군의 절대 복종을 요구했다. 결국 드빌리에 전 합참의장은 곧바로 사퇴했다. 여당 내에서도 '국방 예산 감축만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란 비판이 일었지만 마크롱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마크롱이 '너무 거만하다'는 부정적 여론이 확산됐다. 좌파 성향 매체인 리베라시옹은 그를 로마 신화에 나오는 주피터와 '태양왕'으로 불린 루이 14세에 비유하며 권위적 행보를 비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혁신적이고 젊은 이미지로 프랑스 유권자들과 국제사회를 사로잡았던 마크롱이 정치적·외교적 미숙함을 드러내고 있다"며 "너무 빨리 권력에 취한 그에 대한 환상이 점점 깨지고 있다"고 했다.

 그가 밀어붙이고 있는 세제·노동 개혁에 대해서도 좌파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또 영부인의 역할을 명확히 규정해 공식적인 지위를 부여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밀어붙이려다 철회한 것도 악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