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깃발과 KKK 등장, 링컨 기념관에'Fxxx'낙서까지… 

[뉴스진단]

 백인 우월주의자들 기리는'남부연합 동상'철거 놓고 갈등 
 오락가락 '양비론'발언으로 기름붙는 트럼프 대통령 역풍
 기업 CEO·공화당 맹비난…美 언론"새로운 남북 전쟁 양상"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백인우월주의 집회 유혈 사태 이후 백인우월주의를 주장하는 극우 세력과 인종주의 반대 세력이 연일 맞불 시위를 벌이면서 미 전역에 일촉즉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그야말로'총성 없는 내전(內戰)'이라는 말도 나온다.

 미국 남북전쟁(1861~1865년) 당시 흑인 노예제를 찬성한 남부연합의 상징이기도한 로버트 E. 리 장군 동상 철거여부롤 놓고 시작된 인종 갈등은 점차 미 전국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에 더해 노예해방을 이끈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을 기리는 워싱턴 DC 기념관엔 15일 붉은 스프레이로 쓴 욕설 낙서 'FxxK law(망할 법·사진)'가 발견되기도 했다.

▶트럼프 "양쪽다 책임"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인우월주의자들을 감싸는 발언으로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유혈 사태에 대해 "대안 우파에 달려든 대안 좌파는 전혀 죄가 없느냐"며 "양쪽 모두 다 책임이 있다. 그 점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백인우월주의 집회에 찾아가 맞불 시위를 벌인 좌파 단체도 책임이 있다는 뜻이었다. KKK 대표를 지낸 데이비드 듀크는 트위터에 "대통령이 진실을 말하고, 좌파 테러리스트들을 비판한 것에 감사한다"며 환영 메시지를 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발생 당일인 12일 "여러 편에서 나타난 폭력을 규탄한다"고 양비론을 폈다가 역풍을 받았었다. 이에 "비난 대상엔 KKK 등 극단주의 단체가 포함된다"(13일) "인종주의는 악"(14일)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번에 또다시 말을 바꿨다.

"모호한 인종관 위험"

 트럼프 대통령은 "노예를 소유했던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과 토머스 제퍼슨 전 대통령 동상도 없앨 것이냐"며 인종주의자들의 논리를 펴기도 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전쟁의 상처를 다시 끄집어내 인종주의에 불을 붙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와관련 머크와 인텔, 언더아머 등 미국 유력 기업 3곳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이같은 트럼프 발언에 항의하며 대통령 직속 경제자문위원회서 탈퇴했다.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비난이 속출하고 있다. 폴 라이언 공화당 하원의장은 트위터에 "도덕성 모호성은 안 된다. 백인우월주의는 역겹다"고 썼다.

 시사주간지 뉴요커는 "미국이 새로운 형태의 남북전쟁으로 향하고 있다"고 했다. 내전 전문가 케이스 마인은 "큰 규모의 폭력이 발생·정부군의 치안 유지 필요성· 여론 양극화 및 정치 리더십 실종 등 현 상황은 내전의 구성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