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여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황재균(30·전 샌프란시스코)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미소에 청량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스스로도 "고생은 했지만 후회는 없다"며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끝내고 KBO리그 복귀를 결심한 황재균이 12일(이하 한국시간) 잠실구장을 찾았다. 친정팀 롯데가 4위 사수를 위해 LG와 일전을 치른터라 옛 동료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서다.
황재균은 "어제(11일) 귀국했다. (강)민호형이랑 (전)준우 형이 얼굴 보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감독님께 인사도 드릴겸 잠깐 들렀다"고 말했다.
자신의 거취 문제도 있고, 롯데나 LG 모두 민감한 시기라 별도 인터뷰는 정중히 고사했다. 대신 양팀 라커룸을 부지런히 오가며 옛 동료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미국 진출 이전보다 더 당당해진 몸에 밝은 표정이 눈길을 끌었다.
장시간 대화를 나눈 롯데 조원우 감독은 "미국에서 고생한 얘기를 많이 하더라"며 웃었다.
이른바 '눈물 젖은 마이너리그 햄버거'를 원없이 먹었고, 예상을 뛰어넘는 살인적인 이동 고충도 토로했다.
조 감독은 "마이너리그에서 장거리 원정을 갈 때면 새벽 3시 30분에는 공항으로 출발해야 한다고 하더라. 메이저리그처럼 전세기를 운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조건 첫 비행기를 타야 경기 시간에 맞춰 원정 경기장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상은 했지만 본인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고된 일정이었다더라"며 웃었다.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호쾌한 홈런을 쏘아 올리며 화려하게 출발했지만 18경기에서 8안타 5타점 타율 0.154에 그쳤다.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는 홈런 10개 55타점 타율 0.285로 나쁘지 않은 활약을 했지만 훨씬 더 어린 수 많은 선수들과 경쟁이 녹록지 않았던 게 현실이다.
조 감독은 "그래도 후회는 없다고 한다. 메이저리그 경험을 못하고 돌아왔으면 엄청나게 후회했을텐데 한 경기라도 뛰어보고 홈런도 쳐봐 할 수 있는건 다 했다는게 (황)재균이 생각"이라고 전했다.
황재균의 기습방문은 다양한 뒷 얘기를 낳았다. 올시즌 후 손아섭과 강민호, 문규현, 최준석 등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현실을 고려하면 롯데로 복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부터 중심타선 보강에 사활을 걸고 있는 LG가 황재균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 아니냐는 예상까지 이어졌다.
황재균이 인터뷰를 정중히 고사한 것도 동료들과 인사 후 서둘러 그라운드를 빠져나간 것도 이런 억측과 소문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