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9039 달러."

 12일 연방 센서국이 발표한 2016년 중산층 중간 소득이다. 이는 사상 최고였다는 2015년에 비해 3.2% 증가한 것으로 2년 연속 상승한 것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록이다. 

 2000년대 후반의 극심한 경기 침체를 극복하고 미국경기가 안정 궤도에 진입했다는 경제전문가들의 평가를 인용하며 언론들은 앞다퉈 보도했다.

 또한 미국 내 전체 빈곤율도 하락했다. 소득이 늘어난 영향이다. 지난해 전체 빈곤율은 12.7%로 이전 연도의 13.5% 대비 0.8% 포인트가 하락했다. 미 전역의 빈곤층은 총 4060만 명으로 1년 사이 250만 명이나 감소해 금융위기 이전 수치로 떨어졌다.

 중산층 가계의 수입이 늘었다는 소식에 기뻐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게다가 그것도 2년 연속 수입이 늘었다니 더욱 환영할만한 소식이다. 

 하지만 '5만9030 달러'라는 소득의 액수가 눈에 거슬리고 마음을 편치 않게 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슬그머니 내 1년치 급여 소득이 겹쳐지면서 더욱 마음이 무거워진다. 

 5만9030 달러를 벌려면 한달 급여가 4900 달러를 넘어 거의 5000 달러에 육박해야 한다는 단순 계산이다. 1인 소득이 아닌 가계 소득이라고 아무리 마음을 달래 보아도 자괴감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아니, 상대적 박탈감마저 느끼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모든 계층의 소득이 올랐다고 하는데 우리네 삶은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 

 지출 때문이다. 급여는 오르지 않은 채 렌트비, 보험료, 개스비, 학비 등 기본적인 생활비 규모는 커져만 간다. 특히 LA 지역은 살인적인 렌트비로 주민의 20.4%가 빈곤층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시간을 기준으로 모든 것이 계수화된다. 노동뿐 아니라 심지어 행복까지도 숫자로 표현한다. 그래서 많이 벌면 성공한 사람이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다.

 인종별 중산층 소득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인종별로 중산층 가구당 중간 소득은 아시아계가 8만1500 달러로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백인이 6만5000 달러, 히스패닉이 4만7675 달러, 흑인 가구당 평균 수입은 3만9500 달러로 나타났다. 3만9500달러부터 8만1500달러까지 모두 중산층인 셈이다. 

 결국 중산층을 소득 수준으로만 나타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소득 수준으로 각자 삶의 성공 여부를 단정짓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그것으로 행복을 말하는 것은 더더욱 위험하다.
 그래서 마음 먹기에 따라 중산층의 삶을 살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나는 중산층인가?

 아무래도 오늘 저녁 퇴근하면 집사람과 함께 파전 하나 부쳐서 막걸리 한사발 해야 할 것 같다.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지"라는 유행가 가사를 떠올리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