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의 공백이 있었지만 PGA 투어 복귀를 앞둔 배상문(31)의 인기는 여전했다.
14일 인천광역시 서구 베어즈 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1·6953야드)에서 열린 제33회 신한동해오픈(총상금 12억원)의 최대 관심은 역시 2015년 프레지던츠컵 출전 이후 2년여만에 필드로 돌아온 배상문의 복귀전 활약 여부였다.
평일 열리는 1라운드는 보통 경기장을 찾는 갤러리들이 별로 없어 한산하기 마련. 이 대회도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오전 11시 40분, 첫 티샷을 날리는 배상문 조의 풍경은 많이 달랐다. 대회 마지막 챔피언조를 따라다니는 구름 관중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1라운드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100여명의 갤러리들이 1번 홀에 몰려들어 배상문의 플레이를 지켜봤다. 배상문이 소개되는 순간 갤러리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환영했고 부담스런 첫 티샷을 시원하게 날려보내자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입대전 한국 남자 골퍼 가운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배상문의 존재감이 2년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여전하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에 대해 배상문은 "군생활하면서 오늘같이 복귀해서 플레이하는 모습을 항상 꿈꿔왔었다. 갤러리들의 환호를 받으며 티샷을 하고 두 번째 샷을 하기 위해 걸어갈 때 군에서 골프를 치고 싶어했던 때가 생각나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샷에서는 2년간의 공백을 숨길 수 없었나보다. 1번홀(파4)을 파로 막아 무난한 출발을 보인 그는 2번홀(파5)에서 3m 가까운 거리의 버디퍼팅을 놓치며 파에 그치더니 이어진 3번홀(파3)에서 첫 보기를 하고 말았다.
긴 거리에서의 퍼트가 내리막 경사를 타고 흘러 홀컵을 지나 4m 뒤에서 멈췄고 한 타를 잃었다. 300야드를 넘나드는 호쾌한 드라이버 샷은 같은 조의 왕정훈, 송영한에 조금도 밀리지 않고 오히려 더 나갔지만 공백으로 인해 숏게임 감각이 많이 무뎌진 것이 확연했다. 배상문은 5번, 8번홀에서도 보기를 해 전반을 버디없이 3타를 잃고 마쳤다.
후반 들어서는 12번홀(파3)에서 드디어 첫 버디를 기록했다. 핀 6m 거리에서 시도한 버디 퍼팅이 그대로 홀컵에 빨려들어가 2년 만에 짜릿한 순간을 경험했다. 이후 배상문은 이어진 13번홀(파4)에서 보기를 한 뒤 14번홀(파5)에서 두 번째 버디를 잡았다.
하지만 17번홀(파3)에서 보기를 해 결국 버디 2개와 보기 5개를 묶어 3오버파 74타를 기록하며 첫 라운드를 마쳤다. 순위가 100위권 밖으로 밀려나면서 자칫 컷 통과를 걱정해야하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경기를 마친 배상문의 표정을 밝았다. 그는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행복한 라운드였다. 매 순간 순간이 즐거웠고 감사한 마음로 플레이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력에 대해서는 "티샷은 만족스러웠지만 아이언 샷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다. 솔직히 쫄았던 것 같다. 실수할까 걱정이 앞서 소극적으로 플레이를 하다보니 타수를 잃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17번홀에서 보기를 한 뒤 마지막 홀 그린으로 걸어갈 때 "그동안 고생했다"고 격려해주는 갤러리들의 말에 "내 마음을 알아주는구나"해서 또 다시 울컥했다는 배상문은 "분명히 2년 공백을 메우기 쉽지 않다. 하지만 오늘보다는 분명 내일이 나을 것이고 모레가 더 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인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