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차저스 주전 출전 첫번째 경기 무난한 출발

미국에서 풋볼(미식축구)은 해마다 1월쯤에나 집중 보도된다. NFL의 정상을 가리는 슈퍼볼 챔피언십 때다.그러나 올해는 시즌 개막전에 풋볼 기사가 쏟아졌다. LA 차저스의 키커인 한국계 구영회(23)가 NFL에 데뷔했기 때문이다. 구영회는 존 리, 하인즈 워드, 카일 러브 등 한국에서 태어난 4번째 NFL 선수로 기록됐다. 미국은 속지주의여서 태어난 곳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캐롤라이나 팬더스의 디펜시브 태클 카일 러브(30)는 부모가 미국인이지만 부친이 서울 근무 때 태어나 한국과 인연이 깊다. 그러나 한국계는 아니다.

▶ 'UCLA의 신화' 존 리

최초의 한국계 NFL 선수는 UCLA 출신 키커 존 리(53)다. 서울 태생의 존 리는 대학풋볼의 전설적인 키커였다. UCLA 명예의 전당에 헌액돼 있다. 1982~1985년 활동한 뒤 1986년 NFL 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32번으로 지명됐다. 대학에서 3차례나 로즈볼에 출전했고 터치다운 후의 킥 99.2%, 필드골 84.5%의 높은 성공율을 기록했다. NFL 역사상 키커로는 가장 높은 순위의 지명이다. 아직도 존 리보다 높은 순위의 키커 드래프트 지명자는 없다. 당시로는 파격적인 4년 90만 달러에 세인트루이스 램스(현 LA 램스)와 장기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리는 대학과 프로의 차이를 실감하고 고작 한 시즌을 뛰고 퇴출됐다. 킥오프 때 장거리 킥에 한계를 보였고 후반기에 무릎 수술을 한 뒤 1987년 9월에 방출됐다.

▶ 유진 정, 3시즌 활약후 은퇴

존 리 이후에 NFL에 진출한 한국계는 오펜시브 태클 유진 정(48)이다. 그의 부모도 한국인이다. 풋볼 명문 버지니아 공대 출신의 유진 정은 1992년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3번으로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에 뽑혔다. 아시안-아메리칸으로는 1962년 전체 2번으로 지명된 로만 가브리엘 이후 가장 높은 순위다. 동양 선수로는 보기 드문 신장 193㎝, 체중 134㎏의 거구를 자랑했다. 하지만 유진 정도 뉴욕 자이언츠를 두 차례나 슈퍼볼에 올려 놓고 뉴잉글랜드 지휘봉을 잡은 빌 파셀스 감독과 궁합이 맞지 않았다. 3시즌 후 1995년 확장 드래프트로 신생팀 잭슨 재규어스에 지명됐고 2000년 필라델피아 이글스를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은퇴했다.

▶ 슈퍼볼 두차례 하인즈 워드

가장 잘 알려진 한국계 선수는 한국인 모친 미국인 부친 사이에서 태어난 하인즈 워드다. 조지아 대학 와이드리시버 출신이다. 1998년 3라운드 92번째로 피츠버그 스틸러스에 지명됐다.
피츠버그에서 두 차례 슈퍼볼을 차지했고 제40회 대회 때는 슈퍼볼 MVP를 거머쥐었다. 한국계 선수로는 가장 오랫동안 NFL에서 활동(1998-2011년)했다. 13일에는 2018년 프로풋볼 명예의 전당 후보에도 올랐다.
조지아 서던 대학 출신의 구영회는 '언드래프트(Undraft) 프리에이전트'다. 언드래프트 프리에이전트는 해마다 4월에 벌어지는 NFL 드래프트(7라운드)에 선택되지 못한 선수들의 수급 형태다. 야구로 치면 일종의 마이너리그 계약이다. 캠프와 프리시즌을 통해 기량이 된다고 판단하면 엔트리 53명에 포함된다. 구영회의 2017년 연봉은 미니멈 46만5000 달러다.
순수 한국인으로 NFL에서 키커가 아닌 다른 포지션에서 활동하기는 쉽지 않다. 풋볼은 건장한 체격과 강인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하는 피지컬 게임이다. 대학과 NFL의 무대는 큰 차이가 있다. 구영회가 NFL에서 몇 년을 활동할지도 매우 궁금하다.
키커는 NFL 선수 가운데 적은 연봉에 심리적 부담감은 가장 큰 포지션이다. 덴버 브롱코스와의 데뷔전에서 44야드 필드골을 블로킹 당한 아픈 기억이 앞으로의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