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총액 24조원대로 전망…산케이 "도시바 등 일본측 지분율 과반"

(도쿄·서울=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김보경 기자 = 도시바(東芝)가 반도체 자회사인 도시바메모리를 한국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에 매각한다는 방침을 결정했다고 교도통신이 20일 보도했다.

통신은 관계자를 인용, 도시바가 이날 이사회를 열어 지난주 매각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협상 중이었던 한미일 연합에 대해 이같은 방침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한미일 연합의 인수총액은 약 2조4천억엔(약 24조원)에 달할 것으로 통신은 전망했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는 2조1천억엔으로 추산했다.

미국 베인캐피털이 주도하는 한미일 연합에는 SK하이닉스는 물론 애플, 델, 시게이트 테크놀로지, 킹스턴 테크놀로지 같은 미국 IT기업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케이신문은 한미일연합의 지분 구조를 의결권 기준으로 베인캐피털 측이 49.9%, 도시바 40%, 일본 기업 10.1%라고 전했다. 일본 측 지분율이 50.1%로 과반인 셈이다. 출자를 검토하는 일본기업으로는 광학기기 메이커 호야(HOYA)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보도했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한미일연합에 대한 출자액을 30억 달러에서 70억 달러(약 7조9천억원)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이날 이사회에선 도시바의 협업 상대인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주도하는 신(新)미일 연합이 막판에 제시한 새로운 제안에 대해 지지하는 목소리도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도시바 내부에서 WD에 대한 반발이 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교도통신은 관측했다.

WD는 이번 양보안에 도시바 내부의 거부감을 의식해 장래 경영권 취득 방침을 철회하고 제3자 매각 중지를 요구한 소송을 취하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었다.

그러나 이날 이사회의 결정으로 인해 도시바가 매각 방침을 표명한 이후 약 7개월간 이뤄진 조정작업은 막을 내리게 됐다.

내년 3월 말까지는 경영 재건에 빼놓을 수 없는 채무 초과분을 해소하는 데 필요한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일 연합과의 협의는 WD가 매각 중단 요구하며 제기한 소송과 관련한 대응이 최대 과제였으나 화해와 배상 비용을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가 부담하는 것으로 협상이 진행되면서 방향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통신은 분석했다.

또한, 독점금지법 심사에 대한 영향이 우려됐던 SK하이닉스 측이 취득하는 의결권 비율도 미래에 낮게 억제하는 것으로 조정됐다고 전했다. 산케이는 이에 대해 "SK하이닉스가 장래에 취득할 의결권 비율은 15% 아래로 제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정부계 펀드인 산업혁신기구와 일본정책투자은행은 매수 시에는 자금을 내지 않고 일단 베인캐피털 등이 WD의 소송 해결 후에 주식을 물려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산업혁신기구가 소송 해결후에 한미일 연합에 합류할지가 불투명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이번 도시바메모리 매각은 도시바가 미국 원전자회사 웨스팅하우스의 7천억엔 부실로 채무초과 상태에 빠지자 자본확충을 위해 시작됐다.

인수전에는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가 손잡은 한미일연합,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WD가주도한 신(新)미일연합, 대만의 훙하이정밀(폭스콘) 등 3개 진영이 경합했다.

지난 6월말 우선협상자로 한미일연합을 선정한 도시바는 8월말에는 WD가 포함된 신미일연합으로 우선협상자를 바꿨으나 지난 13일에는 한미일연합과 협상진행 각서를 체결, 막판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국면을 연출했다.

viv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