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조사·소환한 적 없다"…유서·사망경위 따라 '후폭풍' 가능성도
하성용 전 대표는 오늘 구속영장 청구…김 부사장, 하씨와 고교 동창 '핵심 경영진'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김인식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부사장이 21일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KAI 경영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향후 수사에 끼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긴급히 사실관계 확인에 들어갔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KAI 수사와 관련해 김인식 부사장을 조사하거나 소환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일단 김 부사장이 KAI 경영비리 의혹과 관련한 수사 대상자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당장은 하성용 전 대표 구속영장 청구 등 수사 일정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앞서 롯데그룹 경영비리 의혹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작년 8월 26일 롯데그룹 2인자로 핵심 수사 대상이던 이인원 부회장이 자살하자 무리한 압박 수사라는 비판을 받는 등 역풍을 맞은 바 있다.

다만 검찰은 아직 김 부사장의 사망 원인이나 경위가 구체적으로 조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향후 경찰 조사를 주시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공군사관학교를 나온 공군 조종사 출신으로 국방부 간부를 거쳐 2006년 KAI에 합류해 숨지기 직전까지는 해외사업본부장 보직을 맡았다. 그는 FA-50, T-50 수출 등 KAI의 굵직한 해외 수출 프로젝트를 주도해 KAI의 2인자로 손꼽히던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사장은 하 전 대표와 경북고 동기 동창으로 하 전 대표의 핵심 측근으로도 전해졌다.

이런 탓에 KAI 안팎에서는 김 부사장 역시 KAI의 대형 수출 사업 등이 포함된 검찰 수사에 상당한 압박감을 느꼈을 수 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동시에 김 부사장은 검찰 조사를 직접 받은 사실이 없는 등 주요 수사선상에 오른 인물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그의 사망이 검찰 수사와 직결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추정도 나온다.

김 부사장은 이날 오전 8시 40분께 경남 사천 시내 본인이 거주하던 아파트에서 목을 매 숨진 채 직원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은 김 부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긴급체포 상태인 하성용 전 KAI 대표에게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김 부사장의 자살 사건 조사 경과에 따라 검찰의 영장 청구 일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에도 주시하는 분위기다.

하 전 대표는 KAI가 차세대 전투기(KF-X) 사업, 이라크 공군 공항 건설 등 해외 사업 등과 관련해 수익을 회계기준에 맞지 않게 재무제표에 선반영하는 등의 방식으로 수천억원대 분식회계를 하는 과정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또 고등훈련기 T-50, 경공격기 FA-50 등을 우리 군 당국에 납품하면서 방위사업청을 속이고 전장 계통 부품 원가를 수출용보다 높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100억원대 이상의 부당 이익을 챙긴 혐의도 받는다.

이 밖에도 하 전 대표는 주요 협력업체 Y사 대표 위모씨가 세운 다른 협력업체 T사 지분(자본금 6억원)을 '상납'받은 혐의, 야당 국회의원 동생인 방송사 간부 등 외부 인사들의 청탁을 받고 10여명을 부당하게 채용하는 데 관여한 의혹에도 휩싸였다.

한편 검찰은 하 전 대표의 측근 등 주변 관계자에 대한 조사도 이어가고 있다. 전날 밤에는 '채용비리' 관련 혐의로 이모 경영지원본부장에 대해 두 번째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법원에서 또 기각됐다.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