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호텔, 사생활 침해 꺼려…"감시 카메라 늘리고 직원 교육 강화할 듯"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수백명의 사상자를 낸 총기난사범 스티븐 패덕(64)이 총기 20여정을 소지한 채 호텔에 나흘이나 머문 것으로 확인되면서 허술한 보안 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3일(현지시간) AP통신은 전 세계 상당수의 호텔, 리조트가 극단주의자의 공격 가능성을 우려해 보안을 강화하고 있지만, 미국 호텔들은 투숙객의 사생활 침해를 우려해 이 같은 대응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패덕은 지난달 28일 라스베이거스 만델레이 베이 호텔에 체크인했다.

그의 가방에는 개조된 기관총, AK-47와 같은 소총, 분당 수백 발을 발사할 수 있도록 하는 총기 개조부품 '범프 스탁(bump-stock)' 등이 들어있었지만, 아무런 의심도 받지 않고 32층 스위트룸까지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었다.

전직 라스베이거스 경찰 랜디 서턴은 미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청소 담당 직원도 무기를 전혀 보지 못했을 정도로 잘 숨겨뒀다는 게 다소 놀랍다"면서 "철저하게 조사를 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공항에 설치된 것과 같은 엑스레이 탐지기로 투숙객과 짐을 검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필리핀의 리조트 월드 마닐라 카지노는 엑스레이 탐지기로 투숙객의 짐을 검사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묵었던 예루살렘의 킹 데이비드 호텔도 적외선 카메라를 동원해 짐 속에 숨겨진 폭발물 등을 수색한다.

그러나 라스베이거스와 같은 곳에서 투숙객의 짐을 검사하려면 사생활 침해 문제는 물론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덴버 메트로폴리탄 주립대의 보안 전문가 제프리 프라이스는 "라스베이거스와 같은 곳에서는 사람들이 짐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므로 일일이 짐 검사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각 호텔은 더 많은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고 직원 교육을 늘리는 방식으로 보안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비존 핸슨 뉴욕대 호텔관광학과 교수는 "많은 호텔이 감시 카메라와 큰 짐을 여러 개 가져오는 사람들에 대한 모니터를 늘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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