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춘규 신유리 기자 = 회계조작 등으로 경영위기에 빠져 있는 도시바(東芝)가 반도체메모리 사업을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에 매각하기로 24일 확정했다.

일본 도시바는 이날 오전 도쿄 인근 지바시 마쿠하리 메세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자회사인 도시바 메모리를 한미일연합의 '판게아'(Pangea)에 매각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판게아는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애플, 한국 SK하이닉스, 일본 광학기기 제조업체 호야(HOYA) 등이 참여한 한미일 연합이 설립한 인수목적회사다.

도시바는 지난 9월 도시바 메모리 매각에 대한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 판게아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부채와 운전자금, 자본지출 추정치에 근거한 도시바 메모리 매각 금액은 2조 엔(약 20조3천억 원)이다. 한미일 연합에 참가한 SK하이닉스는 3천950억 엔(약 4조 원)을 투입한다.

도시바 주총이 이날 오전 10시 시작되자 쓰나카와 사토시 사장은 도시바 메모리 매각이 반전을 거듭하며 지연된 것에 대해 "계속 폐를 끼쳐드려 마음으로부터 사과드린다"며 고개숙였다.

자산규모가 큰 도시바 메모리 매각에는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이날 주총에서 도시바 메모리 매각 안건은 큰 충돌이나 반대없이 통과됐다.

아울러 올 6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승인받지 못했던 2016회계연도 결산안 승인과 쓰나카와 사장 재임을 포함한 임원 선임안 등 주요 의안 3건이 모두 승인돼 3시간 만에 종료됐다.

주총에서 주주들은 "도시바 메모리를 매각하지 않고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도 검토해야 하지 않았느냐", "매각할 수 없게 될 경우 대체안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이나 의견이 나왔다.

특히 "기업풍토는 개선되었나", "(경영의 불투명성이 높아지며) 사원들이 다른 회사로 유출되고 있는데 향후 성장을 유지할 수 있느냐" 등 회사 장래를 걱정하는 질문도 많이 나왔다고 한다.

도시바가 주총을 탈 없이 마쳐 도시바 메모리 매각을 위한 가장 큰 고비를 넘겼지만 도시바 주식의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 내년 3월 말까지 매각 절차를 완료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매각 실현에는 중국 등 각국의 독점금지 관련법에 근거한 심사 통과가 필수적이다. 또 도시바와 반도체사업 협업관계이면서 한미일연합 매각에 반대하는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의 대립을 패소하는 것도 선결 과제다.

NHK방송 등 현지 매체들은 "주총에서 매각안이 통과돼 중요한 한 고비를 넘겼지만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는 아직도 예단할 수 없는 단계"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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