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중국 상하이에 있는 디즈니 테마파크에서는 최근 들어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현지 직원 1만8천여 명 중 중국 공산당원이 300명에 달해 3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났다. 올해 처음으로 미키마우스 모양의 건물이 공산당 모임 센터로 개설되기도 했다.

이처럼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공산당 사상을 강화하려 고삐를 죄고 나서면서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9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기업이 공산당 사상과 '어색한 동거'를 감수해야 하는 이유는 중국 당국이 외국계 기업의 안방 침투에 날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흔히 외국계 기업을 상대로 자국 진출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중국 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하도록 요구하는데, 이 과정에서 공산당 조직 설립과 활동을 허가하도록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시진핑 주석이 이달 열린 제19차 당 대회에서 집권 2기 독주 체제를 굳히고 공산당 사상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외국계 기업엔 말 못할 고민이 커지게 됐다.

중국인 직원들이 근무 시간에 짬을 내 공산당 교육을 받거나, 당원 세력을 키워 경영진에 도전하는 등 사내 분위기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상하이 디즈니는 이러한 조짐에 발 빠르게 대응한 대표적 사례다. 캐나다 출신 부회장인 머레이 킹은 지난 6월 중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우수한 직원은 대부분 공산당원이라고 추켜세운 바 있다.

공산당 사상은 디즈니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계 기업으로도 퍼지고 있다.

프랑스 화장품 회사 로레알의 상하이 본부에서는 직원 식당 간판에 공산주의를 상징하는 '낫과 망치' 기호가 그려졌고, 직원들 책상에 '문제가 생기면 당원을 찾아가라'라는 표어도 붙어있다.

프랑스 자동차 회사인 르노의 중국 합작사는 올해부터 새로 부임한 외국인 직원에게 중국 체제와 공산당을 설명하는 교육을 시작했고, 독일 공구 회사 보슈의 베이징 본부에서는 직원들이 토요일에 시 주석의 연설을 공부하는 모임을 연다.

그럼에도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중국 국영 에너지 회사인 시노펙과 한 유럽 기업이 세운 합작사에서는 일부 젊은 당원들이 정치 모임에 참여하느라 몇 주 동안 자리를 비운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측 관계자는 "정치사상을 공부한다는 이유로 핵심 직원들이 한 달 동안 자리를 비우는 게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이 때문에 생산성이 떨어졌는데도 중국 측 관리자들은 좋게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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