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덕제와 피해 여배우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장훈 감독이 입을 열었다. 더욱이 한 매체가 장훈 감독이 배우 조덕제에게 "그냥 옷을 확 찢어버리는 거야" 등을 주문하는 내용이 담긴 2분짜리 메이킹 영상을 공개, 감독에게 비난이 쏟아지자 그가 직접 나서 입장을 밝힌 것.

장훈 감독은 1일 복수의 언론을 통해 "억울하고 떳떳해 실명을 드러내고 입장을 밝히는 것"이라며 "최근 공개된 메이킹 필름 영상은 악의적으로 편집된 것"이라며 억울함을 주장했다.

그는 "조덕제가 '도와달라'고 호소하던 눈물의 얼굴 뒤로 나를 짓밟고 모함해 계략을 꾸미고 있었다"며 "어쩔 수 없이 한마디 한 것을 도둑 녹취하고, 반강압적인 진술서 등을 가지고 장난을 친다. 진심으로 도와주려는 사람들과의 인간적인 대화까지도 자기에게 유리한 부분만 발췌해서 나를 능력 부족, 역량 부족의 범죄를 꾸미는 감독으로 추락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덕제가 자신을 비난한 것에 대해 "아무리 사면초가의 상황이라고 해도 양심을 갖고 행동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있다"며 "'감독의 지시를 받아 연기했지만 나는 성추행을 안 했다'고 떳떳하게 밝히는 게 설득력이 있을 텐데 감독인 나를 비난하고 공격한다. 여론몰이를 더는 하지 말아 달라"고 강조했다.

검찰에 제출된 메이킹 영상에 대해 장 감독은 "조덕제와 가까운 메이킹 기사가 검찰 조사 단계에서 원본 메이킹 필름을 제출하지 않고 조덕제가 주로 등장하는 8분짜리로 편집해 제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메이킹 상 6분 37초 지점 이후 실제로는 2~3회의 리허설을 진행했는데 담기지 않았다. 심지어 모 매체가 공개한 2분짜리에선 제가 성인영화를 찍는 에로영화감독처럼 보여 분노했다. 우리 영화는 성인물이 아닌 예술영화다. '한따까리' 등의 표현을 했다며 나를 비하하는데 내가 쓰는 말도 아니다. '하는 데까지'는 자주 쓰는 말버릇"이라고 했다.

이어 "문제가 된 13신은 의처증 심한 편집증 환자 남편이 아내를 폭행하고 겁탈하는 신이다. 폭행에 방점이 찍힌 신이라 내가 '미친놈처럼, 사육하는 것처럼'이라고 디렉션 했다. 메소드 연기를 주문했던 것"이라며 "조덕제의 주장대로라면 내가 성추행을 지시해 경력 20년의 배우가 성추행을 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반신의 경우 과감한 연기를 요구한 점을 인정한다. 2~3회 리허설을 거쳤고, 촬영 당시엔 모니터로만 확인했는데, 오버하는 느낌은 있었지만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일이 벌어졌다"며 "티셔츠를 찢으라는 디렉션은 여배우 또한 알고 있었기에 옷을 갈아입고 촬영에 임한 것이다. 여배우가 주장하는 하반신 터치는 조덕제에게 디렉션하지 않았다. 콘티는 물론 촬영 장면을 봐도 상반신 위주의 바스트샷인데 그럴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덕제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배우 B 씨는 2015년 4월 저예산 영화 촬영 중 상호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 남배우가 속옷을 찢고 바지에 손을 넣어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당했다며 조덕제를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1심에선 조덕제에 무죄가 선고됐지만, 지난 13일 2심에선 원심을 깨고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라는 양형이 내려졌다.

kjy@sportsseoul.com

사진ㅣ태풍 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