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창간 18주년 특별 기획

카드 사용 급증 불구 노년층은 아직도 현금 선호
"지갑에 100불 짜리 한두장은 있어야 마음 든든"
한인은행 시큐리티 디파짓박스 수십만불 보관도
'현금 없는 사회'로 가는 길에 아직도'양날의 칼'

# 타운내 아파트에 사는 김모(남·70)씨는 신용카드를 거의 쓰지 않는다. 남들은 카드가 편하다고 하지만 그는 카드 쓰는 게 영 탐탁치 않다. 은행에서도 현금을 찾아쓰고, 자식들한테도 용돈으로 캐시를 받는다. 그래서 지갑엔 항상 100달러짜리 두장 정도는 들어 있다. 마켓에서도 식당에 가도 현금을 낸다. 집에도 옷장 깊숙한 곳에 캐시 2000달러 정도는 숨겨놨다. 김씨는 손에 현금이 좀 있어야 든든한 '캐시 세대'다.

▶1세대는 '캐시 세대'

'현금 없는 사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현금 사용은 한인 사회 곳곳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일종의 현금 없는 사회의 양면성이다.

신용평가업체 트랜스유니온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 1억7100만 명이 최소 1개 이상의 신용카드를 보유하고 있다. 발급된 신용카드는 총 4억500만개. 1명당 평균 2.7개의 신용카드를 갖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신용카드 관련 추세 역시 한인 사회에 영향을 주고 있다. 본보 조사 결과를 보면 마켓이나 식당 등에서 결제 수단으로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한인의 비율은 48.8%에 달한다. 이유는 편리성에 있다.

하지만 한인 사회에서 현금이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다. 아직도 여전히 현금의 위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인 마켓의 경우 고객들이 지급 수단으로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비율이 증가 추세이지만 현금 지급과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마켓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한인마켓 총괄 매니저는 "예전에 비해 카드 사용 고객이 늘어나긴 했지만 신용카드 결제와 현금 결제 비율은 50 대 50에서 신용카드 비율이 약간 앞서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노인들 카드 관리 쉽지않아

현금 거래에 익숙한 1세대 노인층이 주고객층이라는 것, 그리고 체류 신분 등 여타 이유로 신용카드를 소유하고 있지 않는 소비층도 상당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한인 1세들에게 현금의 강점은 카드에 비해 흔적이 남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세금 문제 등으로 인한 골치거리를 피하기에도 편하고, 카드 사용으로 인한 복잡한 관리, 보안사고 위험, 또 이에 따른 사생활 노출 등도 현금을 선호하는 이유다.

각 한인은행의 '시큐리티 디파짓 박스'는 새로운 고객이 대여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물론 이 박스에 보석 등 귀중품을 넣고 보관하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대부분 현금 뭉칫 돈을 넣어둔 케이스다. 디파짓 박스 크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한 개에 수십만 달러도 들어가기도 한다. 현금을 선호하는 1세대 한인들의 돈 창고인 셈이다.

한인 사회가 현금 없는 사회로 가는 길에 아직도 양날의 칼이 버티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대표적인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