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이 줄어든 유소년 축구, 마음이 아팠다."

'실천의 리더십' 박지성(36.사진)이 유소년 행정에 나서게 된 계기는 한국 축구의 미래가 아시아 내에서도 경쟁력을 잃을 만큼 어둡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 안타까움이 숱한 고민을 거쳐 대한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이란 직책을 수락하게 한 근원이었다.
박지성은 8일 단행된 대한축구협회 인사를 통해 신설된 유스전략본부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이미 JS파운데이션 이사장,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홍보대사, 아시아축구연맹(AFC) 사회공헌위원, 국제축구평의회(IFAB) 자문위원 등 다양한 직책을 수행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여름엔 영국과 이탈리아, 스위스에서 진행된 국제축구연맹(FIFA) 마스터코스를 이수해 축구 행정가로 나아갈 준비를 빈틈 없이 실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박지성은 대한축구협회란 조직을 넘어, 한국 유소년 축구의 미래에 보탬이 되기 위해 이번 직책을 수락했다.

-유스전략본부장을 맡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일본이나 유럽에서 선수 생활을 하며 우리나라와 차이점을 느낀 적이 많이 있었다. 무엇이 다른지 관심있게 지켜보던 중 유소년 시스템에 부러움을 많이 느꼈다. 자연스럽게 유소년 축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최근 한국 축구의 성적이 좋지 않다.
한국 대표팀이 아시아에서 강했던 이유는 유소년 및 청소년에서부터 항상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인데, 이젠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을 지 모른다. 그런 위기감을 나는 물론이고 많은 축구팬들도 느끼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유소년은 대중에겐 중요성이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 나라 축구의 뿌리이기에 너무나 중요하다.

-오랜 기간 많은 고민 끝에 이 직책을 맡은 것으로 들었다. 어떤 과정이 있었나.

(2014년 5월)은퇴 후 무엇을 바로 시작하기보단 행정가가 되기 위한 준비를 단단히 하고 싶었다. 지금도 그 계획엔 변함이 없다. 당분간은 영국에 머물러야 하기도 해서 대한축구협회 일을 본격적으로 맡기엔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축구협회 제안을 받아들여 직책은 맡은 이유는 지금이 아니면 유소년 정책에 변화를 주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한국 축구를 되돌아 볼 때 이렇게 힘든 시기가 없는 것 같은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바라봐선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상황과 한계를 협회에서도 잘 알고 있다.

-유럽축구를 접하면서 한국에 옮겨다 놓고 싶은 유스 정책이나 구상들이 있을 것 같다.

많다. 하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유소년 교육이 엘리트 선수를 육성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축구를 즐기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축구를 즐길수 있는 '환경'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여러 현실적인 과제들이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론 많은 이들이 축구를 접하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

-이런 계통의 일을 하다보면 현장과의 소통도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하다.

그 동안 유소년 발전을 위해 많은 분들이 다양한 노력들을 하셨을 것으로 본다. 그 분들이 계셔 지금까지의 한국 축구가 있었다. 다만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하다보니 기대한 만큼 발전이 없었던 것 아니었나라고 생각된다. 현실과 어떻게 타협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결국 모두가 한 마음으로, 어떤 이해관계나 사심 없이, 오직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하고 유소년을 위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본다.

-박지성 개인으로도 새로운 길에 나서게 됐는데.

나 역시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다. 다만 한국 축구를 위해 내 모든 힘이 닿는 곳까지 노력하고 싶다.

김현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