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소집 수험생 '혼비백산'…신고·문의 전화 폭주·증시도 '출렁'

(전국종합=연합뉴스) 너나없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하루였다.

15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지역을 강타한 규모 5.4 지진의 파동은 즉각 전국으로 퍼져 나가며 온 국민에게 두려움을 안겼다.

지난해 9월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에 이은 역대 두번째 규모의 이번 지진은 물리적 피해뿐만 아니라 한반도가 이제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을 더욱 절감하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했다.

지리적으로 가장 멀리 떨어진 경기 북부 지역은 물론 바다 건너 제주에서까지 흔들림이 감지될 정도로 강했던 이번 지진으로 재난대처 당국에는 신고·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포항을 비롯한 지진 파동이 강하게 전달된 지역에서는 놀란 시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고, 일선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귀가조치 하기도 했다.

지진에 아수라장으로 변한 빌라 주변(포항=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북구의 한 빌라 외벽이 무너져 내려 파편이 뒹굴고 있다. yongtae@yna.co.kr


◇ 건물 '흔들'…시민들 긴급 대피

전국에서 지진동이 감지되면서 많은 직장인과 시민이 불안에 떨었다.

일부 도심은 건물이 심하게 흔들리면서 관련 기관이나 기업의 직장인과 시민들이 불안감 속에 급히 대피했다.

부산 해운대구 고층 아파트에 거주하는 윤모(43·여) 씨는 "아이와 집에 있는데 10초 넘게 아파트가 강하게 흔들렸다"며 "고층이라 대피도 못 하고 아이를 붙잡고 불안에 떨었다"고 말했다.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에서 지진을 느낀 40대 여성은 충격으로 한때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60층이 넘는 부산국제금융센터에서는 금융권 직원 수백 명이 지진에 놀라 건물 밖으로 몸을 피했다.

경기 성남의 한 시민은 "지진을 알리는 재난문제를 받은 뒤 진동이 느껴졌다"며 "속이 메슥거리고 울렁거리는 불쾌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포항에서 직선거리로 약 260㎞가 떨어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KINTEX)에서도 강한 진동이 감지돼 박람회와 포럼 등의 행사가 한때 중단되기도 했다.

◇ 예비소집 수험생 '혼비백산'

대학수학능력시험 전날이자 예비소집일인 이날 발생한 포항 지진의 여파로 수험생과 수업 중인 학생들은 혼비백산했다.

초·중·고등학교 교실에서 강한 지진이 감지되면서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놀라 운동장으로 대피했다.

경북도교육청, 경기도교육청 등은 이날 오후 도내 각급 학교에 긴급 메시지를 보내 "수업을 중단하고 학생을 귀가토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밖에 각 시도교육청은 각급 학교에 메시지를 보내 지진으로 인한 학교 건물 및 학생 피해 상황 파악에 나섰다.

대구시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장이 학교 건물 피해 정도를 파악해 학생 대피, 수업 중단 등을 결정하라고 전달했다"며 "학생 귀가 조치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국민이 수능 당일 지진 발생에 대해 불안을 느끼자 교육부는 단계별 대처법을 내놓기도 했다.

수능 날 지진이 일어나면 규모와 발생시간, 장소 등이 각 시험장에 즉시 통보되며 전국 85개 시험지구별 대처단계를 고지하도록 했다.

지진에 놀라 대피한 학생들(포항=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한동대학교 건물이 무너지고 균열이 발생하면서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대피해 있다. 2017.11.15
yongtae@yna.co.kr

◇ 원안위 "전국 24개 원전 안전…수동정지도 없어"

이날 오후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지만, 다행히 전국 24개 원전의 안전성에는 영향이 없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현재 이번 지진의 영향으로 출력이 줄거나 수동정지한 원전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원안위는 오후 3시 10분께 상황판단회의를 열어 지진 관련 영향을 점검하고, 상황관리 및 후속 대응조치 등을 논의했다.

원안위는 이번 지진으로 인한 안전성을 더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 진앙에서 가장 가까운 월성 원자력발전소로 최종배 사무처장과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전문가들을 파견하기로 했다.

◇ 코스닥도 지진에 '출렁'

질주하던 코스닥이 포항 지진 소식에 잠시 출렁였으나 상승세를 잃지 않고 2년 4개월 만에 760 고지를 넘어섰다. 6거래일 연속 오름세다.

코스닥지수는 이날 오후 2시 28분까지 771.03으로 순항하다 지진의 충격파를 맞았다. 지수는 지진이 발생한 오후 2시 29분 갑자기 하락하더니 5분 만인 오후 2시 33분에는 757.38로 순식간에 13.64포인트가 떨어졌다.

이후 하락 폭을 대부분 만회했으나 결국 770선은 회복하지 못하고 거래를 마감했다. 그러나 코스닥지수 종가가 760선을 넘어선 것은 2015년 7월 24일(776.26)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 포털에 지진 관련 댓글 이어져…지상파 특보 편성

포항 지진이 발생한 직후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 지진 관련한 누리꾼들의 댓글과 신고가 이어졌다.

오후 5시 기준 네이버 모바일 홈페이지 포항 지진 관련 상황 게시판에는 1만6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다음 제보하기 창을 통해서도 많은 시민이 사진과 영상 등을 속속 알리고 있다.

연합뉴스TV 등 보도채널은 물론 KBS, SBS 등 공중파 방송도 특보체제로 전환해 지진 발생과 이후 속보 내용을 발 빠르게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