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 PK동점골… 세르비아와 무승부
투지 살아난 신태용호 반전 발판 마련

최근 A매치 4경기 연속골 내주며 9실점
역습에 쉽게 무너지는 수비 개선 절실
최적의 센터백 조합 찾기 과제로…


한국 축구가 확실히 달라졌다. 투지와 신뢰를 되찾았다. 수비 개선이란 숙제만 잘 해결하면 좋은 팀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국민들에게 심어줬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11월 A매치 2연전에서 1승1무를 기록하며 재정비에 성공했다. 태극전사들은 14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동유럽 강호 세르비아와 홈 평가전에서 후반 17분 터진 구자철의 페널티킥 동점포에 힘입어 1-1로 비겼다. 지난 10일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를 홈에서 2-1로 이겨 대표팀을 감싼 어두운 분위기에서 벗어났던 신태용호는 세르비아전에서도 투지를 불태우며 값진 무승부를 얻어냈다.

신 감독은 콜롬비아전에서 효과를 톡톡히 봤던 손흥민 투톱 전술을 꺼내들었다. 다만 그의 파트너로 이근호가 아닌 구자철을 투입해 변화를 줬다. 4-4-2 포메이션을 유지하면서 중앙 미드필더에 고요한 대신 정우영, 센터백에 권경원 대신 김영권, 골키퍼에 김승규 대신 조현우를 투입했다. 레프트백 김민우도 선발로 복귀했다. 안정 속의 변화가 이뤄졌다. 세르비아도 주전 여럿이 이번 아시아 2연전에 불참하거나 지난 10일 중국전 뒤 돌아갔으나 골키퍼와 포백 만큼은 중국전과 똑같이 집어넣어 쉽게 뚫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세르비아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38위로 콜롬비아(13위)보다 25계단이나 낮다. 하지만 어렵다는 러시아 월드컵 유럽예선을 괜히 통과한 게 아니었다. 신태용호는 전반 30분까지 상대의 선 굵은 힘의 축구에 공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전반 26분엔 문전 프리킥에 실점할 뻔했으나 이날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조현우의 선방으로 위기를 넘겼다. 한국은 전반 중반부터 미드필더들의 움직임이 살아나고 손흥민이 좌.우 공간을 파고들면서 조금씩 대등한 경기를 펼쳐나갔다. 한국은 후반 14분 세르비아에 날카로운 역습을 허용, 아뎀 리아이치에게 먼저 실점했으나 3분 뒤 구자철이 스스로 얻어낸 페널티킥을 깔끔하게 성공시켜 전.후반 90분을 무승부로 마쳤다. 골을 먼저 내준 뒤 자칫 가라앉을 수 있었던 분위기는 구자철의 영리한 페널티킥 유도 및 득점으로 되살아났다. 이후 일진일퇴 공방전이 이뤄진 가운데 양팀 모두 추가득점에 실패했다. 손흥민의 수 차례 슛이 상대 골키퍼의 선방 등으로 골과 인연을 맺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한국 축구는 이번 2연전을 통해 특유의 투혼을 되찾아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했다. 두 경기에서 3만 안팎의 구름 관중이 몰려 태극전사들을 응원했다. 그러나 본선에선 이번에 출전한 콜롬비아나 세르비아보다 더 좋은 팀이 나온다. 그런 점을 고려할 때 최근 A매치 4경기에서 모두 골을 내주며 9실점한 것은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도 한국은 전반 막바지부터 타기 시작한 상승세를 공세로 연결하다가 세르비아의 간결하면서 조직화된 역습에 실점하고 말았다. 오프사이드 트랩은 손쉽게 무너졌고, 페널티지역 왼쪽 뒤에서 파고드는 리아이치를 거의 노마크로 놔둬 그의 슛이 골망을 출렁였다.

월드컵은 한국이 공격보다 수비를 많이 할 수밖에 없는 무대다. 실점을 적게 한다는 가정 하에 역습이나 세트피스, 약속된 공격 루트 등을 통해 승점 챙기기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신태용호는 지난달 7일 러시아전 4실점을 시작으로 같은 달 10일 모로코전 3실점을 기록했다. 정예 멤버가 모인 이번 콜롬비아 및 세르비아와 홈 2연전에서도 내심 기대했던 무실점 경기는 나오질 않았다.

이번에 소집된 김영권, 권경원, 장현수, 정승현에 부상으로 재활 중인 김민재 등 5명의 중앙 수비수 어떤 조합을 낙점해 팀워크를 짜고 무실점 해법을 찾는가가 신태용호의 본선 성적을 가늠할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적의 센터백 조합 찾기는 축구계에서도 지적하고 있는 개선점이다. 공격은 4연속 득점으로 자신감을 쌓았다. 수비에 좀 더 심혈을 기울인다면 러시아 월드컵은 결코 남의 잔치가 아니다.


울산 | 김현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