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블루베리 가지·뿌리'몰래 들여가 큰 돈 번 한국인 철퇴

[뉴스포커스]

미시간대학 개발 특허 신품종, 아들시켜 반입 무단 증식
5년간 40억 이득거둬…"타인의 경제적 이익 침해"판결

블루베리 나무의 가지와 뿌리를 미국에서 한국으로 몰래 들여가재배해 큰 수익을 낸 한국인에게 한국 법원이 "품종 개발자인 미시간대학 등에 3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해 눈길을 끈다.

▶미국→중국 거쳐 한국으로
15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이 사건의 시작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블루베리 재배에 관심이 있던 김모씨는 아들을 시켜 미국의 블루베리 신품종의 가지와 뿌리를 2011년 미국에서 출발해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들여오는 데 성공한다. 한국으로 들여온 수백개의 삽수(모체로부터 분리한 어린 가지나 뿌리)들은 미시간주립대학교에서 최초로 개발해 미국에서 특허를 받은 신품종이다.
'리버티, 드래퍼, 오로라'란 명칭을 가진 이 블루베리 품종들은 한국 내에서는 2011년부터 농업기업 '탑블루베리'가 전용실시권(타인의 특허권 등을 독점적으로 쓸 수 있는 권리)을 갖고 있었다. 미시간주립대는 2012년 한국 국립종자원에 품종보호권을 위한 출원을 신청해 같은해 3월 공개됐다.
이전에도 블루베리 나무를 한국으로 반입하려다 검역문제로 실패한 전례가 있었던 김씨는 무사히 바다를 넘어온 이 품종들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재배에 성공한 김씨는 2012년 4월부터 블루베리 나무를 1그루당 7000원을 받고 팔았고 이후 규모를 점차 늘리면서 2015년 5월에는 농업기업인 '나로팜'을 설립했다.
이에 미시간주립대와 탑블루베리는 김씨와 나로팜 등을 상대로 "해당 품종을 실시(보호품종의 종자를 증식·생산·조제·양도·대여·수출입·전시하는 행위)해서는 안되고 김씨가 보유한 이 품종의 종자를 모두 폐기하라"며 총 3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원고 측은 "김씨는 5년 동안 해당 품종의 블루베리 나무 66만4000그루를 증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통해 39억8400만원 상당의 이익을 거뒀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씨는 "해당 품종은 국립종자원의 출원공개일 이전에 실시한 것으로 구 종자산업법에 따라 이전에 한 행위에 대해서는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품종 모두 폐기처분 명령
재판부는 김씨가 미시간주립대가 개발해 등록한 블루베리 품종들을 무단으로 증식해 판매하는 등 자신의 영업을 위해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했다며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3부는 구 종자산업법의 '출원공개일 전에 한 실시에 대해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규정은 출원공개일 이후의 증식·생산·판매 행위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원고들의 품종보호권 또는 전용실시권을 침해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김씨는 해당 품종들이 출원된 사실을 알았던 점이 인정된다"며 미시간주립대와 탑블루베리에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김씨의 블루베리 농장의 면적(1만4906m²), 판매가격(1그루당7000원) 등을 감안했을 때 원고 측에서 청구한 배상액을 웃도는 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보고 김씨에 대해 3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또 김씨가 보유한 해당 품종은 모두 폐기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한편 김씨는 조지아대학교에서 개발한 블루베리 품종을 키워 판매한 혐의로 기소돼 창원지법 통영지원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았고 판결에 불복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최낙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