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로페스와 비교하자 "굉장히 영광"…"저한테 스스로 잘했다 말해주고 싶어"

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2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다 아쉽게 우승을 놓친 박성현은 경기 후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19일 4라운드가 끝나고 플로리다주 네이플스 티뷰론 골프클럽에서 연합뉴스 특파원을 만난 박성현은 인터뷰 내내 "아쉽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박성현은 이내 환한 웃음을 되찾았다.

외로운 미국 생활을 달래려고 입양한 애견 '아토'가 인터뷰 직후 그에게 달려오자 긴장을 풀고 아토를 쓰다듬으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잠시 뒤 박성현에게 경사가 하나 더 생겼다.

라이벌 렉시 톰슨이 마지막 홀에서 짧은 파 퍼트를 놓치고 우승에 실패하자, 사실상 포기하고 있었던 '올해의 선수상'도 유소연과 공동으로 수상하게 된 것이다.

박성현은 기자회견에서 "경기가 끝나고 나서 올해의 선수상은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공동으로 상을 받을 수 있다고 옆에서 말해줬다"면서 "(수상) 결정이 났을 때는 굉장히 얼떨떨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타이틀을 하나 더 얻어서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면서 "극적으로 이 상을 받았지만, 앞으로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알겠다"고 덧붙였다.

박성현은 또 지난 1978년 신인으로 4관왕에 오른 낸시 로페스에 버금가는 성적을 낸 데 대한 소감을 묻자 "굉장히 영광스럽다. 대단한 분과 같은 길을 걷게 된 것은 내 선수 인생에서 굉장한 일"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굉장한 일'이라는 것이 어울리는 듯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지금 누가 가장 생각나느냐는 질문에 "가족들"이라고 답했다.

특히 가족 중에서도 조모가 가장 보고 싶은 듯했다. 그는 "국내에 있는 할머님께서도 새벽까지 TV를 보고 계실 것으로 생각한다. 좋은 모습 못 보여드려 아쉽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화려했던 첫 시즌을 마치는 소감을 묻자 만감이 교차하는 듯 "아!"하고 감탄사부터 내뱉었다.

이어 "정말 숨 가쁘게 1년을 달려온 것 같다"면서 "우승하고도 여유가 없었고 다음 대회, 또 다음 대회, 이렇게 경기가 이어지다 보니 나한테 칭찬이 좀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또 "1년을 뒤돌아보면 제 목표를 다 이뤘고 상금왕까지 했으니 만족스러운 한 해"라면서 "다만 아쉬운 부분이 많았기에 내년엔 조금 더 좋은 모습으로 찾아뵙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냥 저한테 잘했다고 (스스로) 말해주고 싶다"며 스스로 자신을 격려했다.

올 시즌 가장 아쉬웠던 일을 묻자 한참을 생각하더니 "방금 끝나서 그런지 이번 대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