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에 '꽉' 막힌 韓·中 정상회담

文대통령 내일 3박 4일간 訪中

중국, 공동 기자회견·리커창 오찬도 거부…국빈에 결례
'사드 반대 中 입장 인식한다' 표현 요구 거절하자 '갑질'


한국과 중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에 대한 이견 때문에 오는 14일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고 청와대가 11일 밝혔다. '공동성명'(Joint Statement)은 물론 이보다 급(級)이 낮은 '공동 언론 발표문'(Joint Press Statement)도 내지 못하게 됐다. 공동 기자회견도 하지 않기로 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1992년 한·중 수교가 이뤄진 뒤 한국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중국 방문에서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않는 것은 1994년 3월 김영삼 전 대통령 때 이후 23년 만이다.

한·중 수교 이래 역대 우리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한 경우는 일곱 번 있었다. 이 가운데 1차 북핵 위기 중인 1994년 3월 김영삼 전 대통령 국빈 방중 때만 아무런 결과 문서가 없었고, 나머지 여섯 번은 '공동성명'이나 '공동 언론 발표문'이 나왔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모두 취임 첫해 중국을 국빈 방문해서 '한·중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중국 국가주석과 공동 기자회견도 열었다.

1992년 9월 노태우 대통령은 양상쿤(楊尙昆) 당시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 뒤 '한·중 공동 언론 발표문'을 냈다.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 2년 차인 1994년 3월 중국을 처음 방문해서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과 회담했지만 공동 언론 발표문 없이 각자 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양국 관계가 발전하면서 1998년 11월 김대중 전 대통령 국빈 방문 때부터는 한 단계 격이 높은 '공동성명'이 나왔고, 노무현 전 대통령 때부터는 공동 기자회견도 열렸다.

문 대통령 이번 방중은 형식상으로는 시 주석 초청에 따라 이뤄진 국빈 방문이다. 그러나 중국 측은 그에 걸맞은 예우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번 문 대통령 방중에는 공동성명도, 공동 언론 발표문도 없이 양국 입장을 각자 정리한 언론 발표문을 각자가 발표하는 선에서 정상회담 결과를 공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이유는 사드에 대한 이견이다. 중국은 공동성명에 사드를 반대하는 중국 정부의 입장과 이를 '인식한다'는 한국 정부 입장을 포함할 것을 요구했지만 한국은 이를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방중 기간에 시 주석 외에도 리커창(李克强) 총리, 우리 국회의장 격인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그리고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당서기와 만난다. 리 총리와 장 위원장은 중국 권력 서열 2, 3위고, 천 서기는 차세대 주자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문 대통령과 리 총리의 15일 회담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애초 계획했던 오찬 면담을 늦은 오후로 연기하는 등 국빈 방문의 격(格)에 맞지 않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필리핀에서 리 총리와 상견례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오찬을 하면서 '사드 보복' 철회를 우회적으로 요구하는 등 깊은 대화를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은 결국 늦은 오후로 면담 일정을 통보했고,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의 다른 일정도 함께 순연됐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