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 경찰청 소속 4500명 '형형색색 카고 바지'착용
시정부의 임금인상 동결·연금삭감 항의 4년째 '바지시위'
최근 경찰복 의무화법 통과 위반시 벌금…더이상 못볼 듯


캐나다 몬트리올에선 호피무늬 래깅스나 핫핑크 등 형형색색의 카고바지를 입은 경찰들이 최근 몇년간 목격됐다. 내용을 모르는 여행자들은 이런 풍경을 접하고 신기하다거나 경찰이 패션감각이 있다고 여겼을법하지만 실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범인을 때려잡아야할 경찰이 예쁜 바지와 래깅스를 입은 것은 합법적 시위를 위한 것이었다.

몬트리올 경찰청(SPVM) 소속 4600여명의 강력 경찰관들은 지난 2014년 7월 몬트리올시가 재정 바닥을 이유로 강력 경찰 등 공무원 임금을 동결하고, 연금을 삭감하기로 하자 이때부터 시위성으로 형형색색의 카고 바지를 입기 시작했다.

캐나다는 공무원의 불법 파업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기에 경찰들은 시 정책에 저항하는 의미로 근엄한 색상의 경찰 정복을 벗고 호피무늬 래깅스와 핫핑크나 무지개색 카고바지 등을 입기 시작했다. 몬트리올로 놀러온 여행객들은 이런 경찰을 보고 기념사진을 청했고, 여러 SNS에 관련 사진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세계적인 화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올해들어 비정상적인 복장 탓에 경찰의 권위가 떨어지고 있다는 내부 반성도 뒤따랐다. 실제 지난해 7월 한 운전자가 난폭 운전으로 법원에서 벌금형에 처해지자 "나를 멈춰세우려 한 여성이 얼룩무늬 카고바지를 입고 있어서 경찰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하면서 복장 문제가 내부에서 논란이 됐다.

결국 정상 근무시에는 경찰 복장을 착용하는 것을 의무화한 시 법안이 지난 4월 통과됐고, 지난 10월 발효됐다. 경찰은 특히 임금 인상안이 통과되면서 경찰 조합은 '카고바지 시위'를 사실상 종결하기로 합의했다.

앞으로 몬트리올에서 패션스타 뺨치는 경찰들을 보기는 힘들 전망이다. 경찰 조합이 합의한 법안에 따르면 경찰들이 또다시 카고바지를 입을 경우 하루 500∼3000캐나다달러의 벌금을 부담해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