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최고부촌 초호화저택 단지 바로 옆에 노숙촌이…

[긴급진단]

홈리스들 캠프 불법 취사로 대형 화재 발생 논란
유명 연예인등 거주자 "동정보다 분노와 두려움"
"LA, 노숙자 증가 美 최고…도시안전 위협 가중"

베벌리힐스 북쪽에 위치한 벨에어는 미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부촌이다.

내로라하는 유명 할리우드 스타들이 다수 살고 있는 이 지역은 수백만, 수천만 달러를 호가하는 초호화저택이 군락을 이루는 곳이다. 집집마다 방·화장실이 10여 개씩 있고 집안에 수영장은 물론 영화관과 피트니스장을 갖춘 곳도 많다.

벨에어로 진입하는 언덕길에는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각종 슈퍼카와 벤틀리 등 고급차가 흔하게 지나다닌다.

벨에어에서는 지난 6일 '스커볼 파이어'로 명명된 산불이 났다.

이 불로 가옥 6채가 전소하고 12채가 부분적으로 불에 탔다. 사상자는 없었지만 700여 가구가 대피했다. 대피한 주민 중에는 패리스 힐튼, 라이오넬 리치 등 유명인과 연예인이 포함됐다.

LA 소방국은 12일 스커볼 산불의 원인을 벨에어 인근 노숙촌에서 불법 취사를 하다 일어난 실화 때문<본지 12월13일자 보도>이라고 발표했다. 불을 낸 용의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스커볼 산불이 처음 발화한 노숙촌에는 현재 다 타버린 식기류와 취사 도구만 남아있다.

LAT는 13일 "부촌 벨에어가 노숙촌의 위기와 시름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호화저택 단지의 그늘 아래 자리 잡은 노숙촌 문제를 다뤘다.

벨에어와 인근 부촌인 브렌트우드 주민들은 오래 전부터 405번 고속도로와 세플베다길 대로 인근의 노숙촌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한다. 일부 주민은 노숙촌에 동정을 보내기도 하지만, 일부는 이번 화재를 계기로 분노와 두려움을 나타낸다고 LA타임스는 전했다.

산불로 발코니가 타버린 한 주민은 이 신문에 "감정적으로는 노숙인들의 입장을 이해한다. 하지만 내 집이 전소했다면 화가 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벨에어 주민위원회의 니키 마이너 부회장은 "이런 일(대형 산불)이 언젠가 일어날줄 알았다. 시간문제였을 뿐"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주민들이 오래 전부터 노숙촌의 화재 가능성을 우려해왔다고 주장했다.

벨에어는 1961년에도 대형 화재로 가옥 500여 채가 전소했던 곳이다. 대규모 주택단지의 화재 위험은 LA에서 노숙인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추세와 맞물려 있다는 지적이다. LA 카운티의 노숙자 수는 5만8천여 명으로 지난해보다 23%나 증가했다. 미국 내에서 뉴욕이 노숙자가 가장 많은 도시이지만, 증가율은 LA가 더 높다.

벨에어와 브렌트우드 등 서부 지역 노숙자 수도 4천600여 명에서 5천500여 명으로 1천 명 가까이 늘어났다고 한다.

노숙인들이 야영 캠프를 형성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취사가 이뤄지고 건조한 날씨에 강풍이 불 때면 화재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소방당국은 우려했다.

가주 삼림보호국 관계자는 "LA에서 노숙촌은 도시 안전과 관련해 크나큰 문제를 제기한다.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