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욱 월드컵 본선 향해 '진격'
대표팀 3년 무득점 침묵 깬'킬러'
중국전서 1골1도움 '한방' 존재감
일본, 레반도프스키에 비유'경계'

일본을 넘어 러시아로 진격한다.

'신태용호'가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역전 우승을 노리는 가운데 '진격의 거인' 김신욱이 주목받고 있다. 이번 대회 들어 1골 1도움을 올리는 등 대표팀에서 활발한 모습을 펼치고 있고, 상대 일본에서도 그를 요주의 경계대상으로 찍었기 때문이다. 김신욱 스스로도 다시 살아난 러시아 월드컵 본선행 불씨를 크게 살리기 위해선 일본전 폭발이 절실하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오는 16일 오후 7시15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경기장에서 동아시안컵 최종전 일본과의 라이벌전을 벌인다. 1승1무를 기록 중인 한국은 2연승을 기록한 일본을 반드시 눌러야 2003년 이 대회 창설 뒤 첫 남자부 2연패를 달성한다. 한국은 14일 전면 휴식을 취한 뒤 15일 오전 일본전 대비 전술 훈련에 돌입할 계획이다.

결국 골이 터져야 일본을 누르면서 우승할 수 있다. 이근호와 윤일록 등 두 공격 자원이 무릎 부상 등으로 1~2차전을 쉬며 주춤한 가운데 킬러 본능을 갖고 있는 김신욱의 '한 방'이 더 절실해졌다. K리그 클래식에서 MVP와 득점왕, 우승 등을 모두 맛본 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연봉도 1위에 오를 것이 유력하다. 하지만 그런 그가 내년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하는 '신태용호' 엔트리 23명 안에 들지는 불투명하다. 손흥민과 이근호 등 지난달 평가전에서 찰떡 호흡을 맞춘 투톱 후보들이 있고 21살 젊은 피 황희찬도 오스트리아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신 감독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결국 김신욱은 한 자리를 놓고 비슷한 유형의 타깃형 공격수 석현준, 이번 대회 북한전에서 나름대로 제 몫을 다한 진성욱 등과 경쟁해야 한다.

숙명의 한.일전 활약 및 승리는 김신욱의 러시아행 가능성을 높여주는 촉매가 될 수 있다. 그는 지난 9일 중국과의 1차전에서 전반 초반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오랜 대표팀 무득점 징크스에서 벗어났다.

그는 중국전 이전까지 A매치 38경기 3골에 그쳤고, 특히 2014년 1월 미국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 평가전 뒤 3년 10개월이란 시간 동안 A매치 17경기에 나섰음에도 골이 없었다. 그러나 2015년 8월 동아시안컵 일본전 풀타임 이후 2년 4개월 만에 대표팀에 합류한 이번엔 달랐다. 소속팀 동료이자 K리그 클래식 MVP인 이재성과 환상적인 하모니를 이루며 공격포인트 두 개를 기록했고, 긴 침묵을 깨며 득점포까지 가동했다.

12일 북한전 교체투입으로 숨을 고른 그는 16일 일본전에는 선발 출격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 언론은 그를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폴란드의 세계적인 공격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에 비유하며 '가상의 레반도프스키'로 부르고 있다. 186㎝의 수비수 우에다 나오미치가 김신욱을 전담마크를 할 것이란 예고도 있다. 그만큼 일본에서도 김신욱을 신경 쓴다는 얘기다.

김신욱은 일본전에서 자신의 큰 키를 이용한 선 굵은 축구가 아니라 동료들과의 호흡을 통한 유기적인 플레이를 강조했다. 그는 "내 역할을 부여받는다면 킥보다는 유기적인 플레이를 하고 싶다. 반드시 하나가 돼 승리하고 싶다. 일본과의 경기에서 대부분 교체로 들어갔는데 우리도 이제 일본의 스타일을 잘 안다. 이번엔 잘 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표팀을 떠나 김신욱 개인으로도 일본전 활약은 다음달 중동 원정→3월 유럽 원정을 통한 러시아 월드컵 본선 엔트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경기다. 소속팀 전북에선 프리킥으로도 올해 두 번이나 골을 넣었던 그의 다재다능함이 '신태용호'에서도 꽃필지 궁금하게 됐다.

도쿄 | 김현기기자
silv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