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은 '해피 엔딩'이었다. 이제 6개월 뒤 열릴 러시아 월드컵 하나만을 보고 '직진'하게 됐다. '신태용호'가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남자부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사상 첫 남자부 2연패라는 위업 외에도 여러 성과를 올렸다. 신 감독은 자신의 끊임 없는 거취 논란에 종지부를 찍으며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전념할 기반을 마련했다.

◇ 신태용, 스스로 고비 넘고 '리더십 확립'

신 감독은 지난 9월6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아시아 최종예선 10차전 최종전에서 우즈베키스탄과 0-0으로 비겨 한국 축구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이끌었으나 본선행 직후부터 '히딩크 논란'이 터져 나오면서 적지 않은 압박에 시달렸다.

특히 10월 해외파로 구성된 대표팀이 유럽 원정에서 러시아에 2-4, 모로코에 1-3으로 참패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극에 달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직접 "한국 대표팀을 측면에서 돕겠다"고 했음에도 그를 원하는 일부 사람들이 끊임 없이 신 감독을 흔들었다. 이 때부터 '신태용의 대반전'이 시작됐다. 반쪽자리 대표팀에서 벗어나 11월 국내.외를 총망라한 대표팀으로 진용을 새롭게 꾸린 '신태용호'는 마침 스페인 출신 토니 그란데 수석코치와 하비에르 미냐노 피지컬 코치를 수혈하면서 코칭스태프도 보강했다. 태극전사들도 8~10월 계속되는 부진에서 벗어나자는 정신 무장을 해나갔다. 결국 11월10일 콜롬비아와 1차 평가전에서 손흥민의 멀티골에 힘입은 2-1 승리를 거뒀다. 나흘 뒤 세르비아와 2차 평가전에서도 1-1로 비겼다.

동아시안컵 역시 신 감독의 드라마틱한 반전으로 끝났다. 일부 축구인들은 "중국에 지면 위기"라며 대회도 시작하기 전 부담을 줬다. '신태용호'는 1차전 중국과 경기에서 2-2 무승부, 2차전 북한과의 경기에서 상대 자책골에 이은 힘겨운 1-0 승리를 거둬 신뢰를 잃는 듯 했으나 내부 결속을 다진 끝에 한.일전 4-1 대역전승으로 우승컵을 획득하고 국민들에게 짜릿함을 선사했다.

◇ 한국형 4-4-2 포메이션, 일본마저 격침했다

내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쓸 메인 포메이션으로 4-4-2가 적합하다는 것도 이번 대회에 입증됐다. 중국전에서 4-2-3-1, 북한전에서 3-4-3 포메이션을 꺼내드는 등 상대의 전술에 맞춤형으로 대응한 신 감독은 지난 달 두 차례 평가전에서 요긴하게 활용했던 4-4-2 포메이션을 일본전에 펼쳐보였다.

김신욱을 최전방에 홀로 세우는 것이 아니라 이근호와 나란히 세워 유기적인 호흡을 주문했다. 1~3선의 간격이 좁혀지자 빠른 공격 전개로 많은 찬스를 만들어내며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한국은 일본전 전반 3분 만에 상대 공격수 고바야시 유에 선제골을 내줘 불안하게 출발했으나 이재성이 중원에서 상대를 휘젓고 김신욱과 이근호가 일본의 수비라인을 교란하면서 크게 이겼다. 해외파가 모두 모이는 내년 3월 두 차례 유럽 원정에서 손흥민과 황희찬, 석현준이 합류하면 투톱의 힘이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 김신욱이 부활했다…공격 옵션 다양화+주전 경쟁 재점화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가장 시선을 모은 선수는 196㎝ 장신 공격수 김신욱이었다. K리그 클래식에선 우승과 MVP, 득점왕 등을 모두 거머쥐고 지난해와 올해 연달아 최고 연봉자가 됐음에도 정작 러시아 월드컵 본선 엔트리 승선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지난 달 2연전에서 빠졌던 그는 이번 동아시안컵 엔트리에 재승선하면서 신 감독의 집중 테스트를 받았다.
신 감독 역시 무작정 그를 지켜보진 않았다. 김신욱은 그 동안 큰 키 때문에 아시아권 팀들과의 승부에서 한국이 고전할 때 헤딩 등의 포스트 플레이를 위해 후반 교체투입되는 일이 잦았다. 김신욱 스스로 "신 감독님의 신뢰가 날 살렸다"고 할 만큼 맹활약했다.

김현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