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 10명 중 6명 우울증 호소, 미국인 33%의 2배
한인가정상담소 상담의 70% 해당 180건 우울증 관련
학업·미래 불안·부모와 대화단절 한인 젊은층도 심각

한국의 인기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종현(본명 김종현)이 스스로 세상을 떠나 충격을 줬다. 그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가 우울증으로 추정되면서 한인들에게 다시금 우울증에 대한 경각심이 요구되고 있다.

종현은 18일 오후 6시쯤 서울 청담동 한 레지던스(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거시설)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종현이 발견된 레지던스에 있는 프라이팬에 갈탄이 타고 있었고 연기를 들이마셔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족과 경찰에 따르면 사인은 우울증에 의한 자살. 가족 동의 아래 공개된 그의 유언 곳곳엔 우울증에 의한 자살이 암시돼 있다.

"난 속에서부터 고장 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 "난 오롯이 혼자였다. … 눈치채 주길 바랐지만 아무도 몰랐다." 우울증으로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간 한국의 유명인들이 우울증을 앓다가 자살한 예는 많다. 가수 김지훈, 채동하, 유니, 배우 최진실, 최진영, 박용하 등 유명인들이 우울증으로 생을 달리했다.

한국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8.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자살의 원인으로 스트레스가 꼽히지만, 우울증 역시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자살 사건은 한국의 높은 자살률과 우울증 연관성이 드러난 사건이다.

미주 한인사회도 우울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한인의 경우 우울증에 시달리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올해 초 LA카운티정신건강국에 따르면 한인 10명 중 5~6명이 우울증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인 3명 중 1명이 우울증에 시달리는 비율보다 두 배나 높은 수치다.

한인들의 심리상담을 담당하고 있는 한인가정상담소에 따르면 지난해 심리상담 중 약 70%에 해당되는 180건이 모두 우울증과 관련된 것일 정도로 한인들에게 우울증은 이제 흔한 질병이 되었다.

특히 고등학생들과 대학생은 학업 스트레스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우울증을 앓고 있다. 아이돌 그룹 종현이 성공과 명성을 유지해야 하는 부담감과 같은 부담이 한인 젊은 세대에게도 똑같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영어 구사 능력과 문화적 차이로 인해 부모와 대화가 단절되면서 한인 젊은 세대의 우울증은 깊어만 간다.

우울증은 이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마음의 감기' 정도로 가볍게 대해선 안 되는 병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인가정상담소 안현미 심리상담 매니저는 "우울증은 조기 발견이 어렵지만 성적 하락,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등 예전과 다른 행동이 보이면 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우울증 예방법으로 '긍정적인 생활태도'를 꼽았다. 평소에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완벽주의 성향을 버리며, 자존감을 키우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

안 매니저는 "자녀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정서적으로 지지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죽고 싶다'는 말을 자녀가 할 때 그냥 흘려 듣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주위에 도움을 청하는 눈길과 손짓은 없는지 관심을 갖는 것이 우울증에 의한 자살을 방지하는 시작점이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