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화마 29명 사망·29명 부상…9년만에 회악의 화재 참사

하늘도 무심하다는 말 이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을 것 같다. 화마가 단란한 3대를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화목했던 가정은 한순간에 풍비박산 났다. 홀로 남은 사위이자 남편, 아빠는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에 망연자실했다.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난 화재로 목욕을 갔던 할머니 김모(80)씨와 딸 민모(49)씨, 손녀 김모(19)양이 순식간에 불귀의 객이 됐다.

21일 제천시에 따르면 비극은 3대가 사이좋게 스포츠센터를 찾으면서 시작됐다. 민씨는 지난달 대입 수능을 마친 김양을 데리고 어머니가 있는 친정 제천을 찾았다.

점심을 먹고 오랜만에 목욕탕을 찾은 게 화근이었다.

이들이 목욕탕에 들어간지 얼마 안 된 이날 오후 3시 50분께 스포츠센터에 불길이 치솟았다. 연기는 건물 전체를 뒤덮었고 이들은 몸을 피할 겨를도 없이 죽음을 맞이했다. 이들이 있던 2층 목욕탕에선 무려 20명이 숨을 거뒀다. 출입문이 사실상 고장이 난 상태여서 피해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순식간에 가족 3명을 하늘로 떠나 보낸 가족은 물론 말 한마디 고하지 못하고 이별을 맞은 29명 사망자의 유가족은 할 말을 잃었다.

대형 화재 사고로 한국이 또 한번 울고 있다. 21일 충북 제천의 9층짜리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 이로 인해 29명의 사망자와 29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번 화재는 2008년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 화재로 일하던 인부 40명이 사망한 사고 이후 9년만의 최악의 화재 참사다.

인간의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것은 뭘까.

누군가는 스포츠센터에 가지 않아 화를 면했을지도 모른다. 그런가 하면 한순간에 아내와 딸, 장모를 한꺼번에 잃은 가장도 있다.

삶과 죽음은 우연과 필연이라는 씨줄과 날줄로 엮여진 것. 그래서 운명이라 부른다.

삶과 죽음이 같은 운명이지만 죽음은 우리곁에 없음을 뜻하기에 그래서 더 슬픈 법이다.